네덜란드는 남성 184㎝, 여성 171㎝로 세계에서 국민 평균 키가 가장 큰 나라다. 그런데 이들의 키가 원래부터 컸던 것은 아니다. 200년 전만 해도 네덜란드는 키가 작은 나라에 속했다. 지난 150년간 병역 기록을 통계 내보니 네덜란드 남성의 평균 키는 20㎝나 커졌다. 같은 기간 미국 남성 평균 키가 6㎝ 증가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결과다. 네덜란드가 '거인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영국의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 연구팀은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키가 큰 사람이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평균 키가 더 커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8일 이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비슷한 영양 섭취 수준을 가진 서구 국가 중 네덜란드에선 '키 큰 유전자'의 대물림이 상대적으로 활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이 1935년부터 1967년까지 9만4500여명의 네덜란드 남녀의 키와 자녀 수를 분석한 결과, 네덜란드는 평균 이상 키인 남성, 그리고 평균 키의 여성이 가장 많이 아이를 낳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키보다 7㎝ 큰 남성은 평균 키보다 14㎝ 작은 남성보다 0.24명의 아이를 더 낳았다는 결과도 나왔다. 반면 같은 기간 비교 대상으로 제시된 미국의 경우 평균 키의 남성, 평균보다 키가 작은 여성이 자녀 수가 가장 많았다.
연구진은 "키는 유전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며 "키 큰 부모가 아이를 더 많이 낳았기 때문에 세대를 거듭할수록 평균 키가 부쩍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세계적인 축산·낙농국가라는 특성상 영양가 있는 식품들이 식탁에 자주 오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도 네덜란드인들의 평균 신장을 키워준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