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여행객들이 남섬에 있는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인 '밀포드 트랙'를 걷고 있다.

쇼핑몰이나 유명 관광지를 빙빙 도는 뻔한 여행에 지쳤다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숨을 돌릴 수 있는 여행지를 찾아보면 어떨까. 꽃망울 터지는 봄날, 하이킹에 알맞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 영화 ‘반지의 제왕’·‘아바타’ 주인공처럼…뉴질랜드 원시림 걷기

뉴질랜드는 ‘지구의 마지막 청정 국가’로도 불리는 숲의 천국이다. 남섬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과 북섬의 노스랜드 카우리나무 숲, 오클랜드 인근의 삼림공원 와이타케레 레인지 등이 유명하다.

뉴질랜드 북섬 노스랜드의 와이포우아(Waipoua) 카우리나무 숲은 뉴질랜드에서도 몇 안 되는 처녀림이다. 숲을 관통하는 12번 국도가 약 18킬로미터 정도 이어진다. 카우리 나무 숲으로 가는 길 양 옆에는 카우리 나무와 고사리, 이끼 등 초목이 우거져 있다.

와이포우아 숲에선 2000~3000년 묵은 카우리나무를 만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카우리나무인 ‘타네 마후타(Tane Mahuta)’는 마오리말로 ‘숲의 제왕’이란 뜻이다. 높이 51.5미터로, 19층 건물과 비슷하다. 추정 나이는 2000년 이상이다. ‘숲의 아버지’라는 의미인 ‘테 마투아 나헤레(Te Matua Ngahere)’는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카우리나무다. 추정 나이가 약 3000년 정도인 고목이다.

와이포우아 숲에는 거리별로 워킹트랙(walking track)이 잘 갖춰져 있다. ‘타네 마후타’와 ‘테 마투아 나헤레’를 볼 수 있는 코스가 각각 마련돼 있고, 숲 쪽으로 들어가 고원을 탐험하는 장거리 코스도 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인근의 와이타케레 레인지 삼림공원의 풍경.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와이타케레 레인지 삼림공원이 제격이다. 오클랜드 시내에서 불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자연보호 지역이다. 카우리나무 숲과 폭포, 강, 해변이 어우러져 있다. 걸어서 10분이면 충분한 가벼운 산책로부터 산과 계곡을 지나는 본격적인 걷기 코스까지, 총 거리 250킬로미터가 넘는 워킹 트랙이 있다.

뉴질랜드 남섬의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은 800살이 넘은 나무로 가득한 원시림과 바다, 만년설이 쌓인 산봉우리가 어우러진 지역이다. 지난 1990년 '포우나무의 땅이라는 뜻인 '테와히포우나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적지로 지정됐다.

너도밤나무와 포도카프 상록수가 우거진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에는 총 길이 500킬로미터인 걷기 코스들이 있다. 자연을 감상하기 좋은 ‘밀포드 트랙’과 4일짜리 ‘케플러 트랙’, 마운트 아스파이어링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루트번 트랙’ 등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트레킹 코스 3개가 국립공원 안에 있다. 공원 안에는 쉼터로 사용할 수 있는 산장이 50여채 마련돼 있다.

◆ 눈과 얼음이 빚어낸 절경…노르웨이 등반 여행

눈과 얼음이 빚어낸 자연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노르웨이도 손꼽히는 하이킹 여행지다. 항공편을 고려해 석달쯤 전에 여행계획을 세우는 편이 좋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하이킹 여행지인 ‘프레이케스톨렌’은 하루 코스로 적당하다. 스타방에르에서 가까운 뤼세피오르에 있다. 높이 604미터인 고원까지 등반하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프레이케스톨렌에는 설교용 단상처럼 생겼다고 해 ‘플핏 락’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관광객으로 덜 붐비는 곳을 원한다면 크셰라그산에 있는 ‘크셰라그볼튼’이 낫다. 바위가 피오르(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생긴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절벽 사이에 끼어 있는 지형이다. 번지 점프를 좋아하는 여행객이나 등반가들이 주로 찾는다.

노르웨이의 하르당에르 피오르가 내려다보이는 하이킹 코스 ‘트롤퉁가’.

트롤의 혀를 닮은 ‘트롤퉁가’는 오다(Odda)에 있다. 트롤룽가는 왕복 등반 시간이 8~10시간에 달해, 숙련된 등반가들에게 적합하다. 여행전문지 론리플래닛이 선정한 ‘2015년 베스트 여행지’와 ‘청혼하기 좋은 장소’ 목록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올 여름에는 하이킹 코스로 연결되는 고속버스가 운행돼 접근성도 한결 좋아졌다. 올해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두 달 동안 스타방에르와 하르당에르에서 출발해 대표적인 하이킹 코스인 ‘프레이케스톨렌’, ‘크셰라그’, ‘트롤퉁가’를 오가는 버스가 운행된다. 스타방예르, 하르당에르에서 하이킹 코스까지 편도 4시간 정도 걸린다. 고속버스 가격은 1인당 595 크로네(한화 8만3천원)다. 페리와 버스 이용료가 모두 포함돼 있다.

노르웨이관광청은 3곳의 하이킹 코스를 이용하려면 스타방에르로 입국해 베르겐으로 출국하는 항공편이 편리하고, 일정을 3일 이상으로 여유롭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버스 예약(www.tidereiser.com)이나 기타 노르웨이 여행 정보(www.visitnorway.com)는 관련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