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동북쪽으로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훈춘(琿春)시. 북한·중국·러시아 3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곳은 최근 두만강 하구에 대한 '3국 국제관광구역'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활기가 넘쳤다. 관광 특수 기대감으로 한국어·중국어·러시아어 3개 국어로 된 간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내에서 만난 한 중국 상인은 "'국경 없는 관광구'가 현실화되면 세계적 명소가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지금도 러시아 관광객들이 많이 늘고 있는데, 관광 인프라가 본격적으로 깔리면 한국·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몰려들 것 같다"고 했다. 1인당 8000위안(약 140만원)까지 면세 혜택을 받는 훈춘 세관 옆의 중·러 자유무역 시장에는 중국·북한산 술과 버섯, 기념품 등을 구입하려는 러시아 관광객과 보따리상이 20% 가까이 늘었다.
중국은 지난 2월 북·중·러 3국이 공동으로 총 30㎢ 규모의 '초(超)국경 국제관광 구'를 개발·관리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훈춘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 나선시 두만강동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구에서 각각 10㎢ 토지를 편입해 온천 호텔과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레저·오락 시설을 종합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북·중·러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별도 비자 없이 이곳을 방문해 3국 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골프와 면세점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국제관광구'의 핵심 포스트인 훈춘 팡촨(防川)에 세워진 전망대 외벽에는 '일안망삼국(一眼望三國)'이라는 글이 쓰여 있다. 말 그대로 '한눈에 3개국(북·중·러)을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두만강을 끼고 오른쪽으로 북한 두만강역, 왼쪽으로 러시아 하산역 그리고 두 지역을 잇는 두만강철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동해)와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철도와 항만 시설이 갖춰져 있다. 관광과 경제·물류 중심지로서의 성장 잠재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광경이다.
아직 관광 인프라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지역에서 기대감은 한껏 고조돼 있다. 훈춘과 옌지 일대에는 러시아인을 상대로 한 침술, 안마, 훈증 등 한방 의료와 한방 미용, 네일 케어, 치과 등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3국 영토에 걸쳐 있는 국제 골프장 건설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지린성 중심 도시 창춘(長春)과 훈춘을 잇는 고속도로를 완공했다. 오는 10월에는 360㎞ 길이의 창춘~훈춘 고속철도를 개통한다. 투자금이 7조원이 넘는 지린성 최대 규모의 철도 사업이다. 지린성은 두만강 하구를 관광뿐 아니라 물류의 요충지로 개발하기 위해 공격적인 개발을 하고 있다. 지린성 관광국 자오샤오쥔(趙曉君) 관광국장은 "고속철 개통으로 관광특구에 꼭 필요한 교통망이 먼저 형성되는 것"이라며 "지린성 정부는 이를 계기로 3국 관광상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훈춘~블라디보스토크 간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 중이다. 두 지역의 거리는 180㎞에 불과하지만 도로 사정이 안 좋아 현재 차로 5시간가량이 걸린다. 하지만 고속철이 개통되면 한 시간 남짓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올레그 사포노프 러시아 관광청장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3국 국제관광구 조성안 승인을 발표하면서 "극동지역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환영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훈춘에서 열린 동북아관광포럼에서는 지린성 관광국 자오 국장과 북한 나선시 관광국 전동철 국장, 러시아 연해주 관광청 블라디미르 수르 부청장이 만나 관광 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과 일본·몽골도 관광협력구 인프라 개발에 동참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됐다. 3국은 올해 1월 1일에는 팡촨 관광지에서 신년맞이 공동행사를 열기도 했다. 3국은 불꽃놀이와 문예공연, 경품 추첨, 국경지역 탐방 등의 행사로 협력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