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시간대 혼잡이 극심해 '지옥철'이라 불리는 서울 지하철 9호선의 2단계 구간 개통(지난 28일) 후 첫 출근일인 30일, 시민들이 혼잡을 피해 일찍 출근하면서 '지옥철' 현상이 평소보다 30분 정도 일찍 나타났다. 하지만 출근 시민들이 넓은 시간대로 분산되면서 우려했던 사고 없이 첫날 운행은 끝났다. 교통 전문가들은 며칠 지나면 시민들 출근이 평소처럼 일정 시간대로 몰리면서 지옥철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도 이를 우려해 이날 "9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시 공무원들은 앞으로 유연근무제에 참여해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출근하라"고 요청했다.
30일 오전 7시 5분쯤 서울 강서구 9호선 가양역 강남 방향 급행열차 승차장에는 시민 500여 명이 모여 있었다. 급행열차가 도착하자 시민들은 가방을 가슴에 품고 몸을 밀어 넣었다. 한 여성은 사람들 사이에 머리카락이 끼였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릴까 봐 꽉 쥔 사람도 보였다. 밖에서 사람들이 밀 때마다 열차 안에선 낮고 깊은 신음만 들렸다. 김모(64·회사원)씨는 "사람들이 너무 밀착하니 괴롭다. 키 작은 사람은 정말 죽을 맛"이라 했다. 이 급행열차가 염창역에 도착하자, 승강장 시민들이 또 밀며 몸을 열차 안으로 구겨 넣었다. 한 남성은 열차에 올랐다가 밀려나자 두 손으로 열차 문 위 벽을 짚은 다음 다시 힘껏 몸을 밀어 넣었다. 열차 안에선 욕설도 작지만 간혹 들렸다. 이날 혼잡을 예상한 시민들이 평소보다 20~30분씩 일찍 출근길에 오르면서 평소보다 이른 이 시각에 '지옥철'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염창역에서 만난 김민수(30·회사원)씨는 "회사가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데, 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는 것보다 지옥철이라도 한 번에 꾹 참고 가는 게 낫다"며 "평소보다 20분 일찍 나왔는데도 별 소용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강남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새로 개통한 선정릉역은 서울 외곽에서 분당선을 타고 와 환승하는 사람들로 오전 7시 30분쯤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김모(23)씨는 "분당선보다 9호선에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서초구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출근한다는 김모(여·33)씨는 "2단계 구간 개통으로 복잡해질 것이란 뉴스를 듣고 20분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 사람이 많아 평소와 비슷하게 도착할 것 같다"며 "출근할 때 너무 힘들어 직장 동료들이 회사 근처에서 자취하자고 말할 정도"라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까지 9호선 이용객은 지난주 월요일보다 4132명(3.6%) 증가했다. 하지만 가양·염창·당산 등 주요 급행역 이용객은 2835명(3.5%) 감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혼잡도는 평상 수준이었다. 시에서 준비한 무료 버스뿐 아니라 다른 노선 버스, 지하철 5호선 등 대체 교통수단 이용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남 방향 지하철 9호선은 출근 시간(오전 7~9시)에 하루 승객 25%가 몰리는 등 최고 혼잡도가 240%에 이른다. 열차 1량에 160명이 타면 혼잡도 100%로, 공간이 어느 정도 확보돼 서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 상태다. 혼잡도 240%면 열차 하나에 384명이 탄 것으로 평소 지옥철로 일컫는 2호선 사당~방배 구간(200%)보다 높은 것이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 정도 혼잡도면 열차가 급정거할 경우 쓰러진 사람이 압사할 수 있다"며 "혼잡도 100%라도 화재 시 모두 대피하기가 쉽지 않은데 240%면 상당수가 대피 불가능하다"고 했다.
9호선이 혼잡한 이유는 2단계 구간 개통으로 수요는 늘어난 반면 증차는 되지 않아 운행 횟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단계 구간 개통으로 9호선 하루 운행이 왕복 540회에서 480회로 60회 감소했다. 출근 시간에는 편도 기준으로 36회에서 34회로 줄었다. 9호선은 주거 지역인 강서구와 업무 지구인 여의도·강남을 잇는 노선인 데다 급행열차까지 있어 수요가 많다.
서울시는 수요를 파악해 미리 증차에 나서지 못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시는 2013년 이후 정부와 9호선 전동차 증차 문제를 협의했으나 기재부와 의견이 엇갈렸고, 결국 작년 말이 돼서야 국비 240억원을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김영찬 대한교통학회장은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예산 협의 과정에서 증차 시기를 놓친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