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 기자] 매 방송 끊임없이 논란을 양산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던 케이블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가 뜨거운 관심 속에 종영했다. 1등 래퍼는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대로 치타였고, 2등은 제시, 3등은 육지담이 선정됐다.

‘언프리티 랩스타’는 마지막 트랙 프로듀서로 MC몽을 등장시키는 등 끝까지 비범한 행보를 보였다. 대중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한, 시청자와의 밀당 기술이 특별한 제작진의 MSG 편집은 치타 제시 육지담 지민 키썸 졸리브이 타이미 제이스 릴샴 등 출연자들의 이미지를 더욱 세고 강렬하게 쌓아나가면서, 이들이 또 어떤 ‘화끈한’ 멘트로 짜릿함을 안길지 매회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여자 래퍼 9인이 모인 ‘언프리티 랩스타’는 은근한 신경전, 질투, 비난, 편 가르기 등 사회의 축소판으로 보일 정도로 다양한 상황 속 리얼리티를 끌어올렸고, 돌발 행동으로 보이는 출연자들의 날것의 모습이 연이어 등장하며 현장감을 살렸다. 독특한 여자 래퍼들의 캐릭터는 누구와 붙어도 ‘빛나는’ 케미를 만들어내며 흥미를 유발했다.

#제시, 니들이 뭔데 나를 판단을 해

‘언프리티 랩스타’의 현재 인기를 견인한 캐릭터다. 첫 만남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해 꼴등 래퍼로 지목됐던 제시는 ‘나 할 말 있어요’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니들이 뭔데 나를 판단을 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것. ‘언프리티 랩스타’의 치열한 정체성을 설명한 제시의 모습은 리얼리티를 한껏 끌어올리며 다양한 패러디를 양산했다. 이후에도 제시는 대결 결과에 불만이 있으면 상대방의 면전 앞에서 필터 없이 불만을 전하는 모습으로 긴장감을 담당했다. 늘 기 센 모습을 보이던 제시는 마지막회에서는 폭풍 오열하는 모습으로 그간의 이미지를 상쇄시켰다.

#치타, 그냥 그런 거지 뭐

'치타가 당연히 1등'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두각을 드러내며 1등 래퍼가 된 치타는 자신의 위치에 걸맞은 여유를 보여줬다. 치타는 진정성 넘치면서 센스 있는 가사로 '언프리티 랩스타'의 완성도를 담당했고, 그의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은 섹시하고 당당한 매력으로 여성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래퍼들 사이에서 서로를 비난하기 바쁠 때도, 치타는 '그냥 그런 거지 뭐'라는 태도를 유지했고, 키썸을 살뜰히 챙기고 응원하며 강렬한 카리스마와 여성미, 인간미를 동시에 챙기는 똑똑한 모습을 보였다.  
 
#지민, 프리티 리틀 걸

아이돌 래퍼로 등장했다. '아임 섹시', '대세 걸그룹' 등의 싸이퍼로 경쟁 래퍼들에게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지민은 수많은 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당참으로 단숨에 1위로 올라서는 등, 언더에서 활동하던 실력파 래퍼들을 긴장하게 했다. 지민은 '아이돌?'이라고 물으며 다양한 시선을 보냈던 래퍼들에게 상처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인기 걸그룹 AOA 리더다운 강한 승부욕으로 그만의 장점을 내세운 무대를 완성했다. 치타와는 자존심을 건 세 번의 대결 끝에 패했지만, 아이돌 래퍼와 언더 래퍼의 팽팽한 기싸움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했다. '아이돌인데 이만큼 한다'는 프로듀서의 말은 언더 래퍼들의 질투심을 끌어내며 관전포인트를 제공했다.
 
#타이미, 네 소원 들어줄게 잘 들어라
 
'쇼미더머니'를 통해 앙숙이 된 졸리브이와의 디스전이 화제를 모았다. 섹시 콘셉트의 랩을 선보였던 '이비아' 타이미는 졸리브이와 끊임없이 엮이는데 결국 분노가 폭발해 욕과 눈물을 쏟아냈던 것. 빠르고 정확한 랩이 장기인 타이미는 감정 조절에 실패하며 졸리브이와 '삐' 소리로 얼룩진 욕설과 성적 조롱의 디스전으로 혹평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제이스와 함께 한 팀대결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여주며 유수의 래퍼들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언프리티 랩스타'에 함께 한 졸리브이의 존재 자체에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던 타이미는 '언프리티 랩스타'의 리얼리티에 큰몫을 담당했다.

#졸리브이, 내가 잘한다는 거 모르나?

싫든 좋든 타이미와 한 세트로 움직였다. 타이미와의 디스전을 제안 받고 함박웃음을 짓던 그는 타이미가 폭발해 욕을 쏟아낼 때도 랩으로만 응대했다. 랩으로 말하고 랩으로 디스하는 프로그램의 룰에 가장 충실한 멤버였다. 중저음 목소리와 묵직한 발성, 또 외모까지 호불호가 가장 심하게 갈렸다. 졸리브이는 언제나 자신감이 있었다. 팀 배틀에서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 멤버들에게 “내가 잘한다는 거 모르나? 자존심 상한다”고 말할 수 있는 졸리브이는 다른 래퍼들과 묘하게 겉도는 모습으로 시선을 끌었다.

#키썸, 영원히 고통 받는 스윙스

본인의 소중한 트랙에서 “외모 신경 끄고 랩이나 연습하라 했던 문스윙스”라며 ‘쇼미더머니’ 당시 ‘외모에 신경 좀 쓰지 마시고 래퍼면 랩부터 하세요’라고 말하던 심사위원, 스윙스를 언급했다. 키썸이 잘 할 때도, 못 할 때도 항상 등장했던 스윙스의 자료화면은 깨알 웃음을 안겼다. 치타를 ‘엄마’처럼 따르던 그는 지민과 눈에 보일 정도로 친분을 쌓아가면서 제시에게 배신을 했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무서운’ 제시 앞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던 키썸은 일대일 디스전 이후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시의 폭행설까지 언급하며 수위 높은 디스전을 펼친 키썸은 이후 제시가 자신을 무시하는 말에 반응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육지담, 힙합 밀당녀 꼬리표 떼나

‘언프리티 랩스타’의 가장 큰 수혜자라 불릴 만하다. 실력자 제시의 ‘육지담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에 힘이 실렸고, 육지담 또한 그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줬다. 가장 나이어린 막내이기에 ‘언니’들의 기싸움에서 한발 떨어져 랩에 집중하는 모습만을 보였던 그는 ‘쇼미더머니’ 출연 당시 불거졌던 일진설에서 벗어나 가장 가능성이 있는 래퍼로 포지션을 잡았다. ‘하드웨어가 좋다’는 육지담에게는 10년 후 윤미래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는 극찬도 쏟아졌다. 제시 앞에서 순한 양이 된 육지담은 ‘착한 제시’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언니들을 제치고 3위 래퍼에 이름을 올렸다. ‘힙합 밀당녀’라는 별명이 싫다는 육지담의 소원은 이뤄질까.

#릴샴, 난쟁아

‘니들이 뭔데 나를 판단을 해’ 랩에서 가장 안쓰러운 피해자였다. 밑도 끝도 없이 ‘난쟁아, 잘 들어봐’라는 제시의 디스를 받아내야 했던 그는 흔들림 없는 표정을 짓느라 애썼다. 이후 릴샴은 제시와의 일대일 디스전 기회를 얻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다. 릴샴은 리듬을 타는 독특한 방식, 엉뚱한 질문과 리액션 등 ‘언프리티 랩스타’의 재미있는 장면을 담당했었지만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래퍼로 지목되며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제이스, 내가 만만해

릴샴을 밀어낸 굴러온 돌. “분위기 개판이다. 내가 만만해?”를 외치며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이미 팬층이 형성된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후반부 욕받이로 활약했다. 어색함이 묻어나는 그의 무대에 졸리브이는 “랩 못하는 것 같다”는 돌직구를 날릴 정도. 제이스의 부진은 인생 무대를 보여준 타이미의 발목을 잡으며 그를 동반 탈락시키는 대참사를 유발하기도 해 더욱 큰 반발을 이끌어냈다. 초반 배틀 과정 없이 중간에 투입됐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래퍼들은 물론, 시청자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며 신경전을 촉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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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리티 랩스타'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