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과 폭행, 언어폭력…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남편과 19살에 처음 만났습니다. 성폭력에 가까운 행위를 당한 채 수개월간 감금을 당했고요. 이후 32년간의 결혼생활은 포로생활이었습니다."
지난 3월 12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상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세원의 네 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서정희의 예상 밖의 충격 발언에 장내는 크게 술렁였다. 언제나 단아하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었던 서정희였기에 그녀의 주장은 더욱 믿기 힘든 것들이었다.
"32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서세원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방 안에서 (서세원이 내) 목을 졸랐을 때는 혀와 눈알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 같았어요. 저도 모르게 소변까지 흘렸어요."
참다못한 서정희는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모두가 의아해했던 한 가지, 왜 그런 고통 속에 살면서 진즉에 서세원을 고소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남편을 목사로 만들면 모든 걸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알려진 바로, 서정희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다. 2005년에는 남편 서세원과 함께 집사 임명을 받았고, 2012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은 서세원이 청담동에 교회 '솔라그라티아'를 열며 목회활동을 시작하도록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반려자이기도 했다. 이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서정희는 "순결을 잃으면 생명을 잃은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창피하고 수치스러운데 누구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었겠느냐"며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폭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에 대한 감정이 진행됐다. 약 1년 전, 그러니까 2013년 5월 13일 서정희가 서세원에 대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한 원인이 된 사건의 증거물이다. 두 달 뒤인 작년 7월 모 방송을 통해 공개된 CCTV 영상에서 서세원은 서정희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질질 끌고 들어가는 등 믿기 힘든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서세원은 서정희의 목을 조르는 등 전치 3주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폭행사건과 별도로 서정희는 지난해 7월 서세원을 상대로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날 서세원 측 법률대리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대부분 인정하며 서세원도 죄를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방 안에서 목을 조른 사실이나 전후 사정에 대해서는 공소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정상참작을 요청했다. 서정희의 주장에 대해서는 "집에서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밖의 사람들에게 공표하듯이 소리를 질렀다. 손이 닿으면 납치라고 하고 성폭행이라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딸 서동주 “엄마가 많이 참고 살았다”
공판 이후 서정희의 충격적인 이야기가 한동안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뒤덮었다. 이튿날 서정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포로다. 기쁜 표정을 안 지으면 (서세원이) 저녁에 안정제를 먹인다. 내가 처방받은 약이 아니다. 자기가 먹던 약을 먹인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를 또 한 번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일주일도 채 안 돼 급히 한국을 떠났다. 딸이 있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한 것. 몇 달 전 기자에게 근황을 담은 사진까지 건네며 애써 밝은 모습을 보인 그녀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서정희가 한국을 떠난 지 하루가 지난 3월 19일,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던 딸 서동주의 심정이 한 매체를 통해 공개됐다.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크면서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았어요. 같은 여자이다 보니 엄마에게 공감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서정희의 충격 발언에 대해 묻자) 엄마의 말이 다 사실입니다. 빨리 이혼이 됐으면 좋겠고….”
낱낱이 공개된 가족사와 부모의 이혼 공방이 괴롭지 않을 수 없을 터. 서동주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덧붙였다.
“엄마가 그동안 많이 참고 살았어요. 만약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 가서 증언을 하겠습니다.”
서세원과 서정희의 장녀 서동주는 서울 예원중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힐러리 클린턴이 졸업한 명문 사립여대인 웨슬리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이어 MIT에 편입해 순수수학을 공부하고 세계 1위 경영대학원인 와튼스쿨에 진학해 박사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10년에는 6살 연상의 재미교포와 결혼,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연예인일수록 ‘쇼윈도 부부’가 많다?
원앙 부부로 비쳐져 왔던 서세원·서정희 부부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다.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을 때 우리는 '쇼윈도 부부'라는 표현을 쓴다. 한 부부심리 전문가는 "유명인일수록 (불행한 실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일수록 평판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신의 약점이 드러나는 걸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능프로그램 [자기야]에 출연하며 애정을 과시한
배우 이세창과 미스코리아 출신 김지연 부부도 파경을 맞은 쇼윈도 부부 중 하나. 이혼 후 김지연은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서로가 너무 힘들었다. 무엇보다 쇼윈도 부부로서의 생활을 너무 오래 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이 밖에 2001년 뮤직비디오 출연을 계기로 가까워져 결혼에 골인, 3년 만에 이혼한 채림·이승환 커플,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한 최진실·조성민 커플, 박철·옥소리 커플 등이 대표적인 쇼윈도 부부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