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직후 방송에 나와 “정부가 민간 잠수부 활동을 방해한다”고 발언해 해경에 의해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홍가혜(27ㆍ사진)씨가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 1100여명을 모욕혐의로 무더기 고소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네티즌 중 일부는 고소 취하 대가로 홍씨에게 200만~500만원씩 합의금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25일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홍 씨가 네티즌을 모욕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110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국 검찰과 경찰에서 접수된 고소 사건 규모는 점점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상당수는 모욕 정도에 따라 200만∼500만원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져 고소가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모욕죄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났을 때 취업이나 사회생활에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합의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했다. 만약 1100건에 대해 각 200만원씩에 합의할 경우 총액은 22억원에 달할 수 있다.
모욕죄는 형법상 ‘공연히 사람을 모욕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징역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모욕의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부는 합의금을 받아내기 위해 이를 악용할 수도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심한 경우 일부러 도덕적 비난을 유도할 수 있는 글을 자신의 신상 정보와 함께 올려 네티즌들이 악성 댓글을 달도록 한 후 합의금을 요구하는 등 이른바 ‘기획성 고소’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모욕죄가 고소에 의해 성립하는 친고죄란 점도 작용한다.
홍씨는 세월호 침몰 다음 날인 지난해 4월 17일 진도 팽목항에 도착한 뒤 민간 잠수부를 사칭하며 방송에 출연해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 활동을 막고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 한다. 해경이 지원한다던 장비와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고 있다. 다른 잠수부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생존자를 확인하고 생존자의 소리까지 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경은 홍씨 주장이 거짓이라며 고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또 경찰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확인한 결과 홍씨는 민간 잠수사 자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홍씨는 당시 자신을 비난한 네티즌들을 상대로 무더기로 고소했다.
본지는 홍씨의 입장을 기사에 반영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홍씨는 “조선일보와 통화할 생각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시 통화를 시도하자 홍씨는 “(답변을 자꾸 요구하면) 강요죄가 된다는 걸 아느냐”며 기자의 물음에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피고소인들과 일부 합의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변호사 비용 등으로 모두 지출해 내 손에 들어온 돈은 아직 한 푼도 없다”고 밝혔다.
홍씨의 ‘거짓 인터뷰’ 사건에 대해서는 앞서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정환 판사는 허위 사실을 퍼트려 해경(海警)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기소된 홍씨에 대해 지난 1월 9일 무죄를 선고했다. 장 판사는 당시 “홍씨의 카카오스토리 내용과 방송 인터뷰는 구조 작업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면서 “허위 사실이라고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고 해경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홍씨는 한편 세월호 건 외에도 거짓말 논란으로 수차례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인물이다. 2012년 걸그룹 티아라의 왕따 사건이 인터넷에 퍼졌을 때 이 그룹의 전 멤버인 화영의 사촌 언니를 사칭했다는 의혹을 받은 적이 있다. 프로야구 모 선수와 교제한 이후 ‘임신을 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야구선수로부터 명예훼손과 허위사실유포로 고소당한 적도 있다. 이후 두 사람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이후 홍씨의 변호인은 26일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악플 중에서도 일정 수준을 넘어 욕설의 정도가 심하다고 생각된 악플만 고소했다”며 “많은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자살했고, 많은 중고생들 역시 악플 때문에 자살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를 종용한 바 없고, 민사 소송에 형사 합의까지 포함한 합의이므로 200만원이라는 금액이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과할테니 고소를 취하해 달라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심한 욕설을 한 사람의 사과나 반성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