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조강현은 “뮤지컬은 극 중 답답하고 슬픈 정서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음악으로 풀어 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 단역으로 선 조강현(30)은 주인공 지킬 역을 맡은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수도 없이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저 자리에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본 게 많으니, 아마 훨씬 쉽게 할 수 있을 거야.'

7년이 지난 올해, 마침내 그 뮤지컬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그가 말했다. "보는 것과 연기하는 것은 전혀 달랐어요.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텐데. '나도 모르게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구나'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국내 초연 10주년 공연 중인 '지킬 앤 하이드'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썼다. '11번째 지킬'이 돼 지난달부터 조승우·류정한·박은태와 4인 캐스팅으로 무대에 서는 그는, 같은 작품으로 앙상블에서 주연까지 오르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뮤지컬에서 앙상블이란, 여러 단역을 맡으며 군무와 합창을 소화하는 배우다.

'조강현의 지킬'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 1막에서 "단 한 번만 내게 기회를 주세요"라고 울부짖는 모습은 절실하면서도 겸손했고, '지금 이 순간'을 부를 때는 대단한 카리스마를 보였다. 유려하고 청아한 목소리는 지킬이 난폭한 하이드로 변신한 뒤에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조강현은 무대에서처럼 사려 깊고 진중했으며 눈빛이 살아 있었다. "하이드라는 인물이 도대체 어디서 온 건지를 고민했어요. 결국 절제되지 않은 욕망이 분출됐다는 걸 제 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강원도 동해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자율학습을 빼 줄 테니 연극을 해 보자"는 국어 교사의 권유가 연기에 입문한 계기가 됐다. 아버지 도장을 몰래 꺼내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원서를 냈고, 03 학번으로 입학했다. 군대 갔다 올 무렵 가세가 기울어 휴학하고 우유 배달, 와인바 종업원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에 합격해 뮤지컬에 입문했다. 이후 '김종욱 찾기' '쓰릴 미' '셜록 홈즈' 등에 출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였다. 노래를 부르던 도중 펑펑 울어버렸는데 '왜 옛날에는 소중한 행복을 보지 못했는가'란 내용의 가사 때문이었다. "그날 아버지께서 암 판정을 받으셨어요…. 제 실제 상황과 노래가 일치돼서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모든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뤄낸 그는 "주변에서 도와주시고 타이밍이 맞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4월 5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1588-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