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2015년 신년 하례식을 가졌다. 5일 잠실구장에서 진행된 LG 트윈스 신년 하례식에서 류택현 투수코치가 선수단과 인사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1.05

은퇴를 한 심경이나, 지도자로서 느낌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오랜 시간 한 선수의 얘기만 나왔다. LG 트윈스 투수코치 류택현(44)의 얘기다.

22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프로야구 LG와 두산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LG 선발투수 임지섭이 두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사실 그에게는 두 번째 코치 생활이다. 2012시즌을 앞두고 '플레잉 코치'라는 생소한 보직을 받아들여야 했다. 류택현은 2010시즌을 마치고, 불혹의 나이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구단의 만류에도 자비로 수술을 받았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8일 대전구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기 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했다. LG 류택현 코치, 이진영이 한화 김재현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3.08

무적 상태로 LG의 구리 2군 훈련장에서 훈련 시설만 함께 쓸 수 있었다. 구단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류택현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없었고, 그는 플레잉 코치로 복귀했다.

'자기관리의 신'답게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1군 무대에 섰다. 당당히 계투진의 한 축으로 뛰었다. 지난해까지 뛰며 통산 901경기를 소화했다. 94년 OB 베어스(현 두산)에서 데뷔해 2011년을 제외하고 20시즌 동안 901경기서 15승29패 6세이브 122홀드 평균자책점 4.41.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숫자다. 이제 그는 '코치 류택현'으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사실 류택현은 지난해부터 은퇴의 기로에 서있었다. 시즌 초 2경기 등판에 그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2군에서 한 신인선수의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지난해 1차 지명된 좌완 임지섭(20)이었다.

두 바퀴를 돌아 띠동갑인 둘은 마치 부모와 자식 같았다. 당시 양상문 감독은 류택현에게 2군에서 임지섭을 관리할 것을 요청했다. 너무나 좋은 하드웨어를 갖췄음에도 제구가 안돼 쓸 수 없는 임지섭을 같은 왼손투수인 류택현에게 맡긴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직 코치도 아닌, 노장 선수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임지섭의 지도는 2군 코치들이 아닌, 류택현이 전담했다. 그리고 그도 양 감독에게 과감한 요청을 했다. 임지섭이 2이닝 9실점하며 눈물을 흘린 지난해 5월 28일 화성 히어로즈전 이후 양상문 감독에게 "임지섭을 경기에서 빼달라"고 얘기했다.

류택현은 당시를 회상하며 "감독님도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흔쾌히 그의 요청을 들어주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류택현은 본격적으로 '임지섭 만들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에피소드도 있다. 임지섭은 던지는 팔만 그대로고, 모든 것을 뜯어고쳤다. 그런데 그처럼 좋은 하드웨어를 가졌는데, 프로선수에게 쉬워보이는 팔굽혀펴기도 잘 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이기게 하기 위해 팔굽혀펴기를 시켰는데,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걸 확인한 것이다. 류택현은 "팔굽혀펴기도 못하는데 저런 공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이 선수가 가진 가능성에 대해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임지섭은 파이어볼러다. 류택현과는 정반대다. 하지만 제구가 안되는 150㎞짜리 공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와 류택현의 만남은 필연이었을 지도 모른다.

1년간 '개조 작업'을 거치면서 임지섭은 상당히 좋아졌다. 그런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라이브피칭을 하는데 또다시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증상이 나왔다. 은퇴가 결정되고 직함이 바뀐 류택현 코치는 "공 32개를 던지는데 스트라이크는 고작 4개였다. 그래서 일단 일보 후퇴한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빨리 감을 찾았다"며 웃었다.

임지섭의 문제는 힘이다. 힘을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컨트롤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류 코치는 85% 정도의 힘만 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오히려 그렇게 던져도 140㎞대 후반의 공이 나온다. 컨트롤은 잡으면서 구속도 놓치지 않고 있다. 점점 '1군 투수'에 가깝게 변하고 있다.

류 코치는 임지섭에게 "넌 프로야구를 씹어먹는 투수가 될 것이다"는 말을 해왔다. 그리고 임지섭은 인터뷰 때 "씹어먹겠다"는 말을 몇 번 꺼냈다. 이처럼 능글능글한 임지섭을 보며 류택현은 처음으로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임지섭 프로젝트'는 내년까지 이어진다. 류 코치는 "올해 1군에서 잘 던지고, 3년차인 내년에는 정상급 투수로 올라섰으면 한다. 그동안 성공한 에이스들을 봐라. 김광현 윤석민도 모두 3년 안에 에이스로 자리했다"며 임지섭이 일을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화 내내 그는 자신의 얘기는 거의 꺼내지 않았다. 선수 류택현보다 코치 류택현이 어울리는 시기가 온 것 같았다. 그의 첫 작품, 임지섭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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