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 군기(軍紀) 잡기가 전통인 대학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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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의 한 사립대학에는 신입생 후배들을 교육시키는 '학과 전통'을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이 학교 상경계열학과 3학년인 이모(24)씨는 지난해 이 전통에 따라 신입생들을 교육했다. 교육은 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한 달 후쯤 2박 3일간 MT때 실시한다. 오리엔테이션 후 후배들이 선배들에게 예의 없이 굴었던 모습을 체크해뒀다가 MT에서 지적한다. 이때 복학생들은 군복을 입고 조별로 체력 훈련도 실시한다. 남학생에게는 엎드려뻗쳐, 여학생에게는 뒷짐 지고 90도로 상체를 숙여서 15분 정도 있게 하도록 시킨다. 버티지 못하고 허리를 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식으로 얼차려를 실시한다. 사실상의 군기 교육이 모두 끝나면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통이라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최근 SNS에 돌고 있는 ‘신입생 FM(field manual·야전 교범)’은 대학 새내기들이 선배들에 대해 지켜야할 이른바 마치 군대 훈련병들이 알아야 될 수칙 같다. “상체 꾸벅 후 0.1초 뒤 육성 인사, 항상 주변을 살핀 후 선배님이 먼저 발견하기 전에 인사하기, 화장실 갈 때 허락 받기, 언니들한테 이모티콘 보내지 않기, 혼날 때 고개 숙이고 있기, 건배 기다리면서 잔 들고 있을 때는 선배님보다 높게 등등...”

해마다 대학에서 신입생들이 들어오는 이맘때가 되면 선배들한테 예절을 지키라는 문화가 도를 지나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부 학과에서 여학생 후배들에 대한 규칙은 더 엄격하다.
"염색이나 파마 금지, 화장 금지, 머리묶기, 속눈썹 연장 금지, 치마금지, 매니큐어 금지..."

최근 SNS에 돌고 있는 '신입생 FM(field manual·야전 교범)'은 대학 새내기들이 선배들에 대해 지켜야할 이른바 마치 군대 훈련병들이 알아야 수칙 같다.

지난 16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B대학교에서 만난 신입생 김 모(20·여)씨는 “계속 선배들 눈치를 봐야 한다”면서 선배들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면 불편해서 “평소에 주로 계단을 이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선배들도 다 겪었던 일이라 참는다”면서 “사회생활을 하려면 눈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캠퍼스 내에서 신입생들은 절도있게 걸어 다녔고 선배들이 보이면 큰 소리로 “선배님 반갑습니다!”를 외쳤다.

올해 대전 C대학을 졸업한 박 모(25·여)씨는 신입생이 선배들 얼굴을 몰라 인사를 하지 않거나 1~2학년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면 연대책임을 물어 전체 집합을 건다고 했다. 집합 때 머리박기와 예절교육은 기본이라는 그녀는 “처음에는 선배들에게 '님'자를 꼭 붙이라고 교육받는다”라고 말했다.

집합에서 단체기합을 받을 때 선배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너희도 선배가 되면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했다. 그녀도 후배가 들어온 뒤 그 말뜻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도 당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