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바쁜 낮과 뜨거운 밤을 보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사업 이야기를 나누며 저녁 식사를 마친 그는 남몰래 강남에 있는 한 클럽으로 향했다.
그의 목적지는 강남구 논현동 클럽 아레나. 아레나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비롯해 페이스북 본사 임원 20여명,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임원 20명과 페이스북 한국지사 직원들이 미리 대기중이었다.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이 바로 저커버그였다. 저커버그는 직원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춤을 췄다.
◇방한한 저커버그, 강남 클럽에서 대외비 파티
이런 사실이 지금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이날 파티가 철저한 대외비였기 때문이다. 이날 아레나에서 열린 파티는 초대장을 가진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는 이른바 프라이빗 파티였다. 당시 파티를 주관했던 클럽 관계자는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이후에도 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기업은 흔히 파티를 연다. 창립 기념일, 투자 유치, 주식 회사 상장 같이 중요한 이벤트가 있으면 그날 밤에 자연스럽게 파티장에 모인다. 저커버그를 비롯한 페이스북 임원진들은 한국에서 열린 파티와 파티장소에 상당히 만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최고급 클럽들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세계 클럽문화 전문지 ‘DJ MAG’가 선정한 세계 클럽 순위 1위는 스페인의 ‘스페이스 이비자(1위)’다. 순위 9가 바로 국내 최대 규모라는 강남구 논현동의 옥타곤. 미국 라스베이거스 유명 클럽 ‘하카산(10위)’보다 순위가 높다. 클럽 엘루이(61위)와 디에이클럽(70위)도 100위권 안에 들었다.
2015년 서울의 밤은 뜨겁다. 그 중심은 강남 클럽. 유흥문화의 변화를 직접 보고 몸으로 느끼기 위해 세계적인 기업 대표도 찾는 강남 클럽을 직접 찾아갔다.
13일 밤 11시 30분 강남구 논현동 국내 최대 클럽 옥타곤 앞.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50m 넘게 꼬리를 물고 서 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거구의 안전요원이 입장 심사를 한다. 클럽을 즐기기 위해서는 네 가지를 챙겨야 한다. 미성년자가 아님을 입증할 신분증, 1~3만원가량의 입장료, 안전요원에게 입장을 거부당하지 않을 정도의 트랜디한 옷, 그리고 새벽까지 달릴 수 있는 체력이다.
심사를 통과하고 클럽 출입 허가를 의미하는 종이 띠를 손목에 두르면 준비 완료. 깜깜한 계단을 통해 지하 세계로 들어서면 일렉트로닉댄스(EDM) 음악이 귓가에 점차 크게 들려온다. 현란한 불빛과 사람들로 가득 찬 스테이지가 눈에 들어온다.
◇ SNS 화제의 ‘아우디녀’, 클럽서 옷벗으려다가 쫒겨나
수천 명의 사람으로 빼곡히 찬 1000평 규모의 공간. 유명 디제이(DJ)가 믹싱하는 음악에 따라 사람들은 몸을 흔들며 열광한다. 어둠을 사라지게 하는 파라솔 모양 조명과 스테이지에 뿌려지는 흰색 연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테이지 옆 바(bar)에서는 바텐더가 에너지드링크와 도수 높은 술을 섞은 칵테일이 끊임없이 제조한다. 사람들에게 불금을 지새울 에너지를 더해주는 '약물'이다. 이민후 옥타곤 부사장은 "최대 25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보통 2000명 이상 찬다"며 "동방신기, 에프엑스 등 유명 연예인과 가수들도 종종 온다"고 말했다.
클럽이라고 하면 헐벗은 옷차림의 사람들이 음주, 음란행위를 즐기는 장소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최고급 클럽들은 지나친 퇴폐행위를 자율통제한다. 이 부사장은 "어제(12일) '아우디녀'로 알려진 여성이 온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입장하자마자 감시를 붙였다"고 말했다.
아우디녀란 클럽에서 상의를 벗고 춤을 추는 사진과 동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돼 한국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다. 수입차 아우디를 판매하는 딜러라고 알려졌으며 이후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아우디녀란 별명을 붙였다. 그녀는 이곳에서도 비슷한 행동을 하려다가 쫓겨났다. “춤을 추며 옷을 벗으려고 해서 안전요원이 바로 제지하고 추방했다”는 설명이다.
◇주 3일만 영업하는 클럽, 아침에 피크인 클럽도
요즘 클럽은 과거 비슷한 역할을 했던 나이트와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옥타곤은 일주일 중 목금토 3일간만 문을 연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직원들은 기획 회의를 한다. 어떤 디제이를 불러 어떤 콘셉을 잡아 어떤 공연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설 연휴 기간에는 팔각정 파티가 열렸다. 클럽 곳곳에 조선시대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등장했다. 손님들은 전통주 칵테일을 마시며 윷놀이 이벤트를 즐겼다. 옥타곤에선 매주 이렇게 다른 이벤트가 열린다. 또 일요일은 쉰다. 직원들도 하루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애프터 클럽도 인기다. 보통 클럽의 피크타임은 새벽 1~3시쯤이다. 그러나 애프터 클럽은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가장 붐빈다. 일반 클럽에서 놀았지만 그것으론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시 애프터클럽을 찾아 다음날 아침까지 즐기는 것이다. 대표적인 애프터클럽이 아레나와 큐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