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80점→87점…문재인 70점→90점"
朴대통령, 소통 이미지 얻고 文 국정 파트너 이미지 확보
"김무성, 얻은 것도 잃은 것도 없어…애초 불리한 구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17일 청와대 3자 회동의 승자는 누굴까. 예상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됐던 100여분의 회동에서 세 사람은 '경제 살리기'라는 의제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해결책 등 각론에서는 날카롭게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사람이 합의한 현안은 크게 3가지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주요 이슈로 추진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비롯해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처리, 저소득층 연말정산 불이익 해소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지만 인상 폭에 대해서는 이견을 재확인했다. 4월 국회에서의 성과에 따라 정치적 득실이 갈릴 수 있다.

3자 회동은 끝났지만 그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18일 이례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정책성과'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근거 없는 위기론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역행한다"고 밝혔다. 전날 문 대표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패라고 규정한 것을 강하게 반박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그만큼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3자 회동의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정치 전문가 4명과 여야 의원 4명에게 박 대통령과 김무성, 문재인 대표의 전날 영수회담의 성과와 한계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어제 회담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는 분석부터 세 사람 모두 성과와 한계가 뚜렷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여야 의원들의 견해는 요청에 따라 익명으로 처리했다.

◆ "朴대통령, 소통 이미지 얻어…큰 손해 안 봤다" 긍정 평가 많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3자 회동에서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고 평가했다. 4월 국회에서의 과제를 분명히 알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국회에 넘긴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박 대통령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문 대표의 '경제 실패' 공세에 청와대와 여당이 시의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3자 회동으로 부족했던 소통 이미지를 채우는 데 성공했다"며 "셋 중에 가장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같은 학교 김형준 교수도 "박 대통령이 소통 문제를 다 해결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만났다는 것을 평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박 대통령은 평균 점수 정도의 성과를 얻었다"며 "중동 순방 결과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정책 추진에 대해 국회가 협조해달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점수가 3자 회담 전에 80점이었다면 그 후에는 87점 정도 된다"고 평가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문 대표의 동의를 구한 것에서 점수를 땄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박 대통령은 이제 여권 내 주도권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문회를 무난히 마치고 인사를 마무리 했고, 리퍼트 주한 대사 피습과 해외순방 등을 거치면서 지지율을 확실히 만회했다. 김 대표의 존재감이 미약해지고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 섰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의 평가는 의외로 다소 박한 편이었다. 새누리당 내 친박계 초선인 A 의원은 "소통 부분에서 점수를 땄다고 하지만 3자 회동을 정례화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청와대가 다시 반박하면서 그 효과가 퇴색됐다"며 "청와대가 오늘 다시 문 대표의 경제 관련 발언을 반박하는 자료를 낸 것도 국민들이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에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3자 회동 이후 청와대의 대응이 아쉬웠다"며 "3자 회동 이후 문 대표의 '경제 실패' 발언으로 언론이 도배되는 상황을 청와대는 사실상 아무런 전략 없이 지켜봤다. 명백한 판단 미스(착오)"라고 말했다.

◆ "文대표, 70점→90점으로 대폭 상승…국정운영 한 축 인상 심어"

전문가들은 문 대표가 3자 회동으로 국정운영의 한 축이라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심었줬다는데 큰 점수를 줬다. 야권 내에서의 경쟁 구도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은 점과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위상도 다시 한 번 다졌다는 것도 긍정요인으로 평가됐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3자 회동으로 가장 많은 정치적 이익을 본 사람은 문 대표"라면서 "야당 대표이자 차기 유력한 대권주자로서의 양면적 측면 모두를 국민에게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특히 문 대표가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이런 민생 문제는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지와 메시지를 보여줬다"며 "국민들이 점수를 많이 줬을 거다. 70점에서 90점이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대표가 야권 지지층 내에서 구심력을 강화했다고 본다"며 "여야 대결을 떠나서 야권 내 경쟁에서 확실히 주도권을 잡았다"고 풀이했다. 윤 실장은 "문 대표가 전날 3자 회동에서 전략을 잘 세웠다. 모두발언에서는 세게 얘기하고, 비공개 회담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등 박 대통령이 거북해 할 만한 이야기는 피하고 정부여당이 건드리면 아파할 경제와 민생 분야에서 각을 확실히 세웠다"며 "존재감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문 대표가 존재감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켰다"며 "국정운영이 대통령과 문 대표에 의해 움직인다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야당 내에서도 호의적인 평가가 나왔다. 비노(非盧, 비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수도권의 한 의원은 "문 대표가 합의할 부분은 최대한 합의하고, 차이를 보여줄 부분은 확실히 보여주고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비노계 의원은 "양날의 검일 수도 있지만 야당 입장에서 정부를 최저임금 인상, 조세 체계 개편 등의 테이블에 묶어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문 대표가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서 성과를 낸다면 여당을 제치고 박 대통령의 맞상대가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비판적인 견해도 있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가 3자 회담에서 정치적 리더의 이미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고 본다"며 "어제 합의문은 총론만 있고 사실 합의된 게 없다. 야당 리더로서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 "金대표, 윤활유 역할 이상 못해…셋 중 가장 실익 적어"

전문가들은 3자 회동에서 가장 정치적 실익을 적게 얻은 인물로 김 대표를 꼽았다. 3자 회동의 판 자체가 김 대표에게 불리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3자 회동의 프레임 자체가 김 대표에게 유리하지 않았다"며 "김 대표가 워낙 노련하니까 중간에서 윤활유 역할을 하긴 했지만 그 이상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오늘 언론에도 박 대통령, 문 대표만 나왔다"며 "실점을 했기보다는 얻은 게 가장 적었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도 "보통 여야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면 하이라이트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에게 쏠린다"며 "김 대표는 '역시 김무성이다'라는 인상을 심어줄 만한 기회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문 대표의 공격적인 발언에 비해 김 대표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며 "문 대표의 발언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 지도력에 다소 타격을 입었다"고 풀이했다.

여당 의원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친박계 A 의원은 "박 대통령과 문 대표에게만 관심이 쏠렸다"며 "기억이 날 만한 발언 하나 정도는 준비해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중진 의원는 "어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먼저 자리를 뜨고 김 대표와 문 대표가 둘이 남았다는 얘기에 김 대표가 노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면 김 대표가 정작 얻은 건 없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