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은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공화당 내 버서(birther·출생을 문제 삼는 사람들이란 뜻의 신조어) 그룹은 "크루즈가 외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자격이 없다"고 공격해왔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출생지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미국 헌법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시민권자라고 해서 무조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게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자격 요건을 규정한 미 헌법 2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취임일을 기준으로 만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에서 거주한 '태생적인 미국 시민(natural-born citizen)'"이어야 한다. 하지만 미 헌법은 구체적으로 '태생적인 미국 시민'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선 규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2008년 대선에서 케냐 출신이란 루머로 곤욕을 치른 오바마뿐 아니라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도 파나마 태생이란 이유로 자격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이 일자 미 의회는 2011년 '태생적인 미국 시민'이란 자격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렸다. "부모가 외국인이더라도 미국 영토에서 태어났거나, 외국에서 태어났어도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이면 대통령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케인과 크루즈는 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미국 시민권자였다.
미국 국적법은 태어난 곳을 기준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속인주의(부모의 국적을 물려받는 것)를 인정해왔다. 지난 1월 한국에서 태어난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의 아들 세준(제임스 윌리엄 세준 리퍼트)은 미국 시민권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