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문제점을 비판해 온 사회주의 경제학자 출신 야니스 바루파키스(54) 그리스 재무장관이 평소 주장과 대조되는 부르주아적 일상을 공개해 비난을 받고 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최근 프랑스 주간지 '파리마치'와 아테네에 있는 자택에서 인터뷰했다. 잡지엔 장관이 아테네 중심부의 고대 유적인 아크로폴리스 근처 고급 주택에서 책을 읽거나 피아노 치는 사진, 채소·해산물이 풍성하게 차려진 테이블에 설치 미술가인 아내와 마주 앉아 와인잔 부딪치는 사진 등이 실렸다. 그리스 뉴스 블로그 'GR 리포터'는 "고대 유적이 보이는 전망이 있는 데다, 수영장이 딸려 있고 예술 작품으로 실내를 장식한 집은 '평범한' 것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잡지에 실린 사진이 널리 퍼지면서 그리스 전역에서 "국민 대다수가 경제 위기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아크로폴리스를 배경으로 한 화이트 와인 사회주의"라고 꼬집었다.
바루파키스 장관은 지금까지 서민적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엔 가죽 점퍼 차림으로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을 만났고, 비행기도 이코노미석을 자주 이용한다. 게다가 독일 주도의 긴축 요구에 "재정적 물고문"이라는 표현까지 써 가며 그리스 서민의 삶이 피폐해졌다고 주장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에 호화로운 일상이 드러난 것을 계기로 실제로는 '부잣집 도련님'이라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그는 그리스 최대 철강회사 회장인 아버지 밑에서 유복하게 자랐다. 아테네 소재 사립고를 졸업한 뒤 영국 에섹스 대학에서 1987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9년부터 2000년까지 12년간 호주에 살면서 시드니대에서 경제학 강사로 일했다. 이때 호주 국적을 얻어 현재 이중 국적자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은 아직도 호주에서 살고 있다. 잡지 사진에 대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바루파키스 장관은 15일 TV에 출연해 "연예인처럼 보이는 설정 사진을 찍은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