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하다. 밀수 담배를 찾다가 관계기관에 적발되면 관세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지만, 다양한 맛과 향을 이유로 밀수 담배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한 것이다.

밀수 담배에 대한 정보를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은 D사이트 담배 갤러리다. 이 곳에서는 흡연자들이 국산과 외산을 가리지 않고 담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밀수 담배 맛에 대한 평가는 물론 밀수 담배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15일 조선비즈가 이 게시판을 검색한 결과 “요즘 밀수 담배 단속이 심해 구하기 쉽지 않다”는 글부터 “(서울) 남대문 ‘이모네’나 ‘삼촌네’로 가면 구할 수 있다는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 D사이트 담배 갤러리 캡처

◆ 남대문 수입상가, 식료품 진열대 밑에 밀수 담배 가득

D사이트에서 입수한 정보대로 서울 남대문 수입상가 C동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D사이트에서 알려준 대로 ‘이모’ ‘삼촌’이라 불리는 밀수 담배 판매상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판매상이 영업하는 가판은 언뜻보면 수입 식료품과 양주가 널려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담배를 사러 왔다고 말하자 판매상은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위 아래를 훑어보면서 “뭘 보러 왔냐” 재차 물었다. 구체적인 양담배 이름을 대니까 판매상은 그제서야 주머니에서 담배를 몇 갑꺼내 구경시켜줬다.

기자가 “판매중인 담배가 이것 뿐이냐”고 묻자 판매상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미리 알아간 양담배 이름을 줄줄 읊었다. 판매상은 믿을만하다 싶었는지 그제서야 가판대에 놓인 식료품 봉지들을 한쪽으로 밀어냈다.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밀수 담배들이 잔뜩 보였다.

▲ 남대문에서 구입한 밀수 담배/ 김성민 기자

기자가 하루에 밀수 담배를 사려는 손님이 얼마나 오는지 조심스럽게 돌려 묻자 판매상은 “날마다 다른데 보통 스무 명쯤 되는데 단골손님이 꽤 많다”고 말했다.

이런 담배는 어디서 들여오냐고 묻자 “절대 비밀”이라며 “언제 단속이 나올지 모르니 빨리 고르기나 하라”고 재촉했다.

종류 별로 몇 갑을 고른 뒤 ‘아크로얄 스위트’를 한 보루를 달라고 했다. 그러자 판매상은 “잠깐 기다리라”고 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몰래 따라가려고 하자 옆 가게에 있던 상인이 “가만 있으라”며 판매상이 돌아올 때까지 감시했다.

아크로얄 스위트는 우루과이에서 생산된 담배로 달콤한 초콜릿 향이 특징이다. 니코틴 함량은 0.8mg으로 국산 담배보다 독한 편이고, 가격은 한 보루에 6만원이었다.

기자가 구입한 아크로얄 스위트는 일본어로 경고문구가 써 있었다. 일본에서 밀수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아크로얄은 국산 담배보다 비싸지만 해외 연수를 다녀왔거나 우루과이나 남미 등을 여행했던 사람들이 찾는 경우가 있어서 밀수상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 밀수 담배를 구매중인 젊은 남성들/ 김성민 기자

밀수상에게 “국산 면세 담배는 안파냐” 물어봤다. 면세담배는 면세점 판매용이나 수출용 국산 담배를 빼돌려 세금을 매기지 않은 상태로 판매된다. 판매가격은 정상가보다 만원 정도 저렴한 3만5000원 수준이다.

판매상은 “요즘 세관 단속이 심해져 물량이 없다”며 “재고 남아있는 것을 두어 갑씩 팔았는데 이젠 그것도 안 남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담배 구매를 마친 뒤 좀 멀리 떨어져 판매상을 관찰해 봤다. 밀수 담배를 찾는 손님은 주로 젊은 남성이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성 세 명이 함께 찾아와 담배를 구입하기도 했다. 판매상은 마스크를 쓰고 찾아온 한 남성에게 “혹시 기자 아니냐”며 “단속이 너무 심해 담배 장사를 접었다”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 흡연자들 ‘차별화된 맛·향’ 이유로 밀수도 불사

밀수 담배를 찾는 흡연자들은 밀수 담배가 국산 담배에서 느끼지 못하는 맛과 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과거 한국 화장품 산업 초기에 부자들이 ‘동동구리무’ 대신에 수입 화장품을 썼던 것과 유사하다.

밀수입 양담배를 즐겨 피운다는 최모씨(26세)는 “국산 담배는 맛과 향이 다 거기서 거기지만 해외에서 제조된 양담배는 맛과 향이 다양하다”며 “국산 담배보다 질이 좋아 목넘김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담배들이다 보니 희귀하단 것도 매력”이라며 “담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용으로 주기도 좋다”고 덧붙였다.

밀수 담배는 주로 해외 여행객들이 소규모로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관세청 조사총괄과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조돼 국내에 밀수입 되는 양담배는 여행객들이 소규모로 들여와 유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잡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관세청이 대형 담배 밀수 위주로 단속하고 있기 때문에 소규모 밀수를 적발하기에는 인력이 모자라는 것이 사실”이라며 “경찰청과 함께 시중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세청이 적발한 담배 밀수 적발 규모는 2012년 32억원에서 2014년에는 7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