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난도가 낮아지면서 인터넷 강의(이하 '인강')로 눈을 돌리는 학생이 늘고 있다. 학원을 오가느라 길 위에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인강을 들으며 효율적으로 대입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관련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업체로부터 '1타 강사'를 영입해오거나 뛰어난 스펙의 '새 얼굴'을 내세운다. 일정 금액을 내면 강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프리패스'도 내놨다. 이에 대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지만 더 혼란스럽다"고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있다. 학생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2015학년도 수능 전 과목 만점자 중 10명에게 과목별 인강 수강기를 들어봤다. 탐구 영역을 수강한 학생이 5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학은 3명, 국어는 2명이 수강했다. 영어를 수강한 학생은 없었다.
◇국어|"지방에서도 대치동 강의 들을 수 있어"
이동헌(서울대 경영학과 1년)씨는 고 1 때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 점수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그는 이근갑 강사(스카이에듀)의 강의를 들으며 국어 공부법을 바꿨다. 이근갑 강사는 작품에 대한 배경 지식 없어도 주어진 지문만을 충분히 활용해 문제 푸는 방법을 익히게 해 줬다. 부산 대연고를 졸업한 이씨는 "인강을 이용하면 지방 학생들도 좀 더 다양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며 "EBS 무료 인강을 보고 성적을 올린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정찬희(서울대 의예과 1년)씨는 모의고사에서 현대시(詩) 문제를 감(感)으로만 풀다가 틀리곤 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박광일 강사(대성마이맥)의 강의. 정씨는 "기본기를 다지면서 문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학|"취약 부분만 선택해 들으면 좋아"
이혜원(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1년)씨는 고교 1학년 11월 모의고사 수학 과목에서 4등급을 받아 들고서 '공부법을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주변의 추천을 받아 신승범 강사(이투스)의 수업을 찾았다. 이듬해 첫 모의고사 수학 점수를 1등급으로 끌어올렸고,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씨는 신 강사의 수업에 대해 "차근차근 실력을 쌓도록 정석대로 가르치는 강의"라며 "1, 2점 올리는 요령을 알려주는 수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지(연세대 의예과 1년)씨는 부족한 단원에 한해 이창무 강사(비상에듀)의 강의로 보충했다. 김씨는 "취약한 부분만 선택해 들을 수 있다는 게 인강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찬희씨는 수능을 한 달 앞두고 강호길 강사(대성마이맥)의 실전 모의고사 강의를 수강했다. 정씨는 "심화 문제까지 다뤄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탐|"인강으로 한국사의 전후 맥락을 파악"
전 과목 만점자들은 고 2 겨울방학 전후로 인강을 통해 선택 과목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이 선택하는 한국사는 강민성 강사(대성마이맥)의 강의가 인기 있었다. 이혜원씨와 김유진(서울대 사회과학계열 1년)씨가 이 수업을 택했다. 이혜원씨는 "주요 사건을 단독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사건과 사건의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방식 덕분에 흐름을 파악하기 좋았다"고 말했다. 김유진씨는 "강의 템포가 다소 느린 편이라 1.5배속으로 듣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이동헌씨는 설민석 강사(이투스)의 한국사 강의를 수강했다. 고 2 겨울방학 때부터 쉬고 싶을 때마다 한국사 강의를 시청했다고 한다. 이씨는 "공부는 즐겁게 해야 효율이 오른다. 설 강사의 강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과탐|"이해하며 개념 다지는 과정이 주효"
조세상(서울대 컴퓨터공학부 1년)씨는 화학1의 고난도 문제를 틀리곤 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건 박상현 강사(스카이에듀)의 인강이다. 조씨는 "독특한 문제해결 방식을 제시해 고난도 문제를 빨리 푸는 요령을 익히게 해줬다"고 말했다. 지구과학2를 선택한 김준수(서울대 의예과 1년)씨는 이해하지 못한 개념을 암기하며 고전하다가 김지혁 강사(대성마이맥)의 강의를 듣게 됐다. 김씨는 "원리 위주로 설명해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는 개념을 착실히 다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Tip 인강 선택 시 주의할 점
“반드시 ‘맛보기 강좌’를 들어보세요. 강사마다 말투나 강의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잘 맞는 강의를 찾아야 해요.”
―김유진
“강사마다 겨냥하는 수강생 수준이 다 달라요. 수학을 예로 들면 삽자루 강사(이투스)의 강의는 중위권에게 적절하고, 신승범 강사의 강의는 중상위 이상에게 적합해요. 인터넷이나 주변 이야기를 참고해서 신중하게 골라야 해요.”
―이동헌
“강의 ‘몰아 듣기’는 좋지 않아요. 강의가 업로드되는 시기에 맞춰 들으세요.”
―조세상
“저는 학교와 학원 수업을 듣는 걸로 충분해서 인강을 수강하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도 정말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공혜민·연세대 경제학부 1년
“중학교 때는 인강을 들은 적 있지만, 고교 때는 인강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박현준·서울대 의예과 1년
“자제력이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면 인강에만 집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강을 듣다가 자기도 모르게 인터넷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김효민·서울대 컴퓨터공학부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