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준화 기자] 들었다놨다하는 ‘요물’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MBC 수목드라마 ‘킬미힐미’는 종영까지 시청자과 절묘한 ‘밀당’을 유지며 ‘썸’을 탔다. 때로는 뒤통수치는 반전으로, 때로는 달달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몰입시킨 드라마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은 물론, 이를 120% 살려주는 연출력, 배우들의 열연이 눈부시게 빛났다.

제목처럼 시청자들을 죽이고, 치유하며 양 극단을 오간 이 드라마는 지난 12일 종영을 맞았다. 결국 ‘힐미’로 아름답게. 마지막 방송에서는 도현(지성)과 리진(황정음)이 서로를 완벽하게 치유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새롭게 나타난 인격 X가 알고 보니 도현이 만들어낸 황정음의 아버지였고, 미스터 X는 인격들에게 길을 제시하며 인격들이 사라지는 데 도움을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인공 두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고 사랑을 확인하는 해피엔딩을 맞은 것.


드라마 20회를 끌고 오는 동안 평균 9.0%이상(닐슨코리아 제공,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유지한 원동력은 탄탄한 스토리였을 것이다. 진수완 작가는 SBS '하이드 지킬 나'와의 원작 논란에도 굴하지 않고 명작을 탄생시켰다. 7중 인격을 가진 다중인격 장애자와 레지던트 1년 차 여의사의 로맨스라니. 이 드라마는 끝까지 극의 긴장감과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독특한 소재에서 나오는 재미를 기대 이상으로 끌어냈다. 7개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로 인간 내면의 다채로운 정신세계를 도현의 캐릭터를 통해 상징한 것은 시청자들에게 사유거리마저 제공했다. 


배우들의 열연이 없었다면 '킬미힐미'도 없었다. 남자 주인공을 맡은 지성은 정말 다중인격을 격는 환자 같았다. 7명의 인격이 자신의 속에 있는 양 연기해내며 도현, 신세기, 요나, 요섭, 나나, 페리박을 살려냈다. 그는 도현이 느끼고 있는 혼돈과 아픔, 슬픔 등을 절절히 표현해 내며 시청자들에게 전율을 안겼다. 여장까지도 완벽하게 소화해내면서.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지성의 연기력이 빛났지만 고군분투는 아니었다. 정신이상자를 사랑한 황정음의 연기력도 일품이었다. 독특한 소재, 지성의 다중인격 연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지만 황정음이 있었기에 ‘킬미힐미’가 있었다. 특유의 귀엽고 코믹한 오버액션 연기가 인상적. 독특한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초반부터 시트콤을 못지않은 상황극들이 이어졌고, 순간순간 황정음의 기지가 빛났다.

그간 ‘킬미힐미’에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인간 내면을 치열하고 아프게, 때로는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연출력도 큰 몫을 했을 것이다.

연출력, 필력, 연기력.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탄생한 명작이다. ‘킬미힐미’는 오래도록 회자되며 시청자들의 기억 속에 길이 남을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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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킬미힐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