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인 류유신(여·32)씨는 지난 9일부터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더 자 가로수 게스트하우스'에 묵고 있다. 이번 주말에 있을 아이돌그룹 엑소(EXO)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서다. 그는 회사에 10일간 휴가를 내고 지난주 금요일(6일) 한국에 왔다. 이번 주말까지 엑소가 펼치는 공연을 4차례 본 후 귀국할 예정이다. 콘서트 관람 외에 서울에서 다른 관광을 할 생각은 없다. 류씨는 "한국에 셀 수 없이 많이 왔다"며 "이번엔 오직 엑소 공연을 보기 위해 미리 한국에 들어온 것"이라고 했다. 대만에 있는 류씨의 직장 동료도 엑소 공연을 보기 위해 13일 한국에 들어와 류씨와 같은 숙소에서 3일간 묵을 예정이라고 한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 때문에 요즘 서울 강남 일대 숙박업소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10인조 남성 그룹 엑소는 지난 7~8일, 오는 13~15일 5일간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총 7만여명을 동원하는 콘서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가 제공하는 투어 프로그램으로 한국을 찾는 해외 팬만도 24개국 2000여명이다.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는 팬까지 합치면 수천명이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팬들을 태워나르는 SM엔터테인먼트 공식 전세버스도 30여대에 달한다.

휴가 내고 엑소 보러 온 대만 팬 -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팬이라는 대만인 류유신씨가 11일 서울 강남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공연 티켓과 엑소 사진을 보여주며 미소를 짓고 있다. 류씨는“엑소를 보기 위해 회사에 10일간 휴가를 내고 한국에 왔다”고 했다.
호텔에도 엑소 기념품 - 지난 7일 서울시내 한 특1급 호텔의‘엑소 콘셉트 룸’내부 모습. 엑소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방 곳곳에 엑소 기념 물품을 비치했다.

최대 수혜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숙소인 강남 일대 게스트하우스다. '더 자 가로수 게스트하우스' 공동대표 김현중(36)씨는 "보통 3월은 비수기여서 공실률이 40% 정도 되는데, 지난주와 이번주는 방이 90% 이상 찼다"며 "콘서트를 보러 오는 투숙객에게 정품 엑소 포스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신사동 '판다고 게스트하우스' 김민성(39) 대표도 "이번 주 금요일부터는 투숙객의 50% 이상이 엑소 콘서트 때문에 오는 손님"이라며 "K팝 아이돌 공연이 있으면 세계 각국에서 숙박객이 몰린다"고 했다.

값비싼 특1급 호텔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호텔은 지난주 70여개 객실이 '엑소 특가'로 묵은 일본인 관광객으로 찼다. 최소 140여명이 콘서트 때문에 호텔에 투숙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주에도 콘서트 관람을 위해 온 관광객들이 50여개 객실을 예약했다. 인터컨티넨탈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콘서트 관람객에게 특가로 방을 제공하고 있다"며 "객실 내부 디자인도 엑소 팬들을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고 밝혔다. 송파구 롯데호텔월드도 작년 3월에 비해 일본인 투숙객이 4%, 중국인 투숙객이 1% 증가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국내 팬들은 올림픽공원 입구에 자리 잡은 송파구 방이동 호텔·모텔촌에 주로 묵는다. 4~5명이 묵을 수 있는 '파티룸' 이외에는 미리 예약을 받지 않고 당일 투숙객만 받는 업소가 대부분이지만, 공연이 있었던 지난 주말 이 일대 업소 대부분은 투숙객들로 빈방이 없었다고 한다. 기자와 통화를 한 10여개 업체는 "지난주뿐만 아니라 이번 주말도 파티룸 예약은 모두 끝났다"고 했다.

이 때문에 방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장면도 자주 보인다. 오는 14일 오전 대전에서 상경해 이틀간 콘서트를 관람할 예정인 고등학생 이모(여·18)양은 "올림픽공원 근처에 방을 잡으려 했는데 인근 게스트하우스가 다 찼다고 해 종로에 숙소를 잡았다"며 "지난주에 공연을 보고 온 친구는 찜질방에서 잤다는데 사람이 너무 많고 좁다고 해서 뒤늦게 숙소를 찾느라 힘들었다"고 했다. 13일 저녁 대구에서 상경하는 직장인 정모(여·25)씨는 "한 달 전 방이동 숙박촌에 있는 호텔에 방을 잡았다"며 "말이 호텔이지 모텔 수준인데, 다른 친구도 합류하겠다고 해 방을 추가로 알아보니 이젠 방이 없다고 하더라"고 했다.

숙박업체들은 K팝 아이돌의 공연이 강남 일대 숙박업소 경기를 살리고 있다고 했다. 송파구 웰컴게스트하우스 조인희(48) 대표는 "지난 1월에 문을 열었는데 그룹 인피니트의 팬인 한 중국 손님은 콘서트·사인회 등을 이유로 벌써 세 번이나 방문했다"며 "다음 달에는 그룹 '방탄소년단'을 보러 오겠다는 미국인 손님도 있다"고 했다. 이들이 종로·홍대 등 강북 관광지와 가까운 지역보다 강남을 숙소로 선택하는 이유는 콘서트장이나 연예기획사와의 접근성 때문이다. 콘서트 때문에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은 일반 관광지 대신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과 관련된 장소를 주로 방문한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K팝 공연이 중요한 관광객 유인 수단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관련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시 차원의 관광객 유치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