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12일 진행된 피해자 조사에서 "(피습 당시 김기종한테서) 살의를 느꼈으며 처벌을 원한다"라고 진술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본부 경찰관 2명과 통역 1명은 이날 오후 미국 대사관저를 방문, 리퍼트 대사를 상대로 대면 조사를 벌였다. 리퍼트 대사는 이 자리에서 "김기종에 대해 궁금한 것은 많지만 (질문은) 보류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퍼트 대사는 "한국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라"는 미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날 대면 조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1시 30분부터 1시간 45분에 걸쳐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은 리퍼트 대사로부터 피습 당시 상황과 피해 정도 등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 특히 피의자인 김기종(55)에게 살인 미수 혐의가 적용된 만큼 피습 당시 김에게서 살해 의도를 느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사는 조사 도중 (흉기에 찔린) 왼팔에 통증을 느껴 팔걸이에 팔을 올려놓기도 했지만, 조사에 정중하고 성실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조사는 리퍼트 대사가 이따금 농담을 던지는 등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진술 조서를 영문으로 번역해 13일 오전 중 미국 대사관으로 보낼 예정이다. 리퍼트 대사는 조서를 검토해 서명을 마친 뒤 수사본부에 회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자인 리퍼트 대사는 "살의를 느꼈다"고 했지만, 김기종은 "위해를 가할 의도는 있었지만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진술을 반복했다고 수사본부는 밝혔다. 김의 변호인은 "상징적으로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그은 것이며 일종의 퍼포먼스였다"는 김의 진술을 공개했다.
김은 전날 조사에서 "5년 전 일본 대사에게 던진 시멘트 조각이 빗나가 이번에는 가격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행사에 참석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1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추후 김기종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입증되면 혐의를 추가해 입건할 방침이다.
한편 리퍼트 대사는 퇴원 직후인 11일(현지 시각) 미국 NBC 아침 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테러 이후 집 밖에 나서는 것이 두렵지 않으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 서울은 안전한 곳이며 앞으로도 망설임 없이 한국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