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해외 출장을 갔던 직원 558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항공기 좌석 승급(업그레이드) 혜택을 받은 37명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외국 출장을 가면서 세 차례 일등석으로 승급받은 과장급(4급)과 가족의 승급까지 요청한 사람 등 4명을 징계하고 33명은 경고(警告)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인천~미국 LA 왕복 요금은 작년 12월 기준 일반석 237만원, 비즈니스석은 688만원이고 일등석은 1097만원이나 한다. 일등석은 좌석 면적이 일반석의 6.5배가 되고 기내식도 애피타이저·샐러드·주요리·디저트의 코스 요리가 나온다. 공무원 중엔 장관급 이상만 탈 수 있다. 일반인은 어떻게 생겼는지 평생 구경하기 힘든 일등석을 국토부 4급 공무원은 1년 사이 세 번 이용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1~2013년 3년 동안 산하 기관들에 대한 감사에서 부당한 좌석 승급 혜택을 받은 35명을 적발했다.

작년 12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국토부 조사관이 조사 진행 상황을 대한항공 임원에게 40여차례 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알려준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회부됐다. 항공사와 감독 기관인 국토부의 유착(癒着)은 이런 좌석 승급 같은 관행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항공권 승급 혜택은 수백만원짜리 뇌물이나 다를 게 없다.

국토부는 적발된 37명 가운데 33명은 항공사 측이 초과 예약(overbooking) 때문에 좌석이 부족해졌을 경우 할 수 없이 일부 승객을 업그레이드시켜 좌석 부족을 해결하는 '비(非)자발적 승급'이었다며 경고 처분만 했다. 이런 국토부의 설명은 믿을 수 없다. 오히려 국토부 항공 관련 부서들이 일상적으로 항공사에 간부·직원들의 좌석 특혜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더 믿을 만하다. 조직 전체에서 관행처럼 이뤄지는 부정·비리를 조직 내 감사 부서가 제대로 적발하기란 쉽지 않다. 감사를 맡은 공무원도 전엔 똑같은 혜택을 누렸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감사원 같은 외부 기관이 샅샅이 조사해 국토부와 항공사 간 유착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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