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軍)의 오랜 고민거리였던 인기 방송 프로그램 ‘진짜사나이’가 지난주부터 새로운 시즌을 시작했다. ‘진짜 군생활’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계속되는 시비로 군은 홍보 효과에 반신반의하던 차였다.
군 관계자는 “사실 군에서는 홍보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있었다”며 “또 반복되는 군생활 노출이 식상하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가짜’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일부 출연자의 태도가 문제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받은 ‘진짜 사나이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육군과 해군에서 촬영 당시 침실·다목적실 등을 생활관인 것처럼 꾸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스러운 군생활이 아닌 ‘연출된’ 군생활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군 가혹행위 관련 기사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에 ‘진짜 사나이’는 깔끔하고 화기애애한 군의 모습만 홍보한다”며 “군 당국도 예능을 등에 업은 홍보가 아닌 아픈 곳을 드러내고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름 촬영을 위해 육군 부대에 입소한 배우 A씨는 상의를 벗고 구보할 경우 상체(上體)가 햇볕에 그을린다는 이유로 훈련을 거부하기도 했다. 결국 군에서 관련 규정을 뒤져 옷을 입은 채 구보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찾아냈고, 어렵게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생활을 위해 머리를 깎아야했지만, 이를 두고도 배우들과도 신경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이 아닌 해·공군과 해병대 촬영은 각종 잡음을 불러일으켰다. 해군 특집은 장교의 군기 잡기가 논란을 일으켰고, 이후 해군편 촬영은 더 이상 없었다. 해병대는 촬영의 조건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머리를 해병대 스타일로 깎고, 연출은 전혀 하지 않으며, ‘천자봉 행군’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천자봉 행군은 해병대 신병이 꼭 받아야 하는 완전군장 행군으로, 산꼭대기까지 25㎏을 짊어지고 30여㎞를 완주해야하는 강행군이다. 해병대에선 “이 조건에 하나라도 맞추지 않으면 절대로 촬영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고, 출연자들과의 입장 차 때문에 아직까지 해병대에선 ‘진짜사나이’ 촬영이 진행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회의론’으로 가던 군의 생각을 돌린 것은 ‘여군 특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高) 시청률 탓도 있었겠지만, 여배우들의 ‘프로의식’이 현장 관계자들을 움직였다. 여배우들은 한파가 몰아닥친 1월 둘째주에 촬영에 들어갔다. 살을 에는 추위였지만,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배우들은 없었다.
한 현장 관계자는 “훈련된 인원들도 아니었는데, 전체적으로 강행군이었다”며 “보통 체력으로는 안 될 텐데 정신력으로 버틴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도하 훈련을 할 때는 안영미씨와 후보생 한명만이 물에 빠졌다. 처음 하는 도하 훈련을 능숙히 해내, 군에서도 놀라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픈 상태에서 입소한 여배우도 있었다. 배우 강예원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지만, 그대로 촬영에 임했고 이로인해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화제가 된 걸그룹 f(x)의 멤버 ‘엠버’는 “정말 체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비록 여배우들이지만, 훈련 중간에 외모에 신경을 쓴다거나 불만을 표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여군이 ‘진짜 사나이’의 명맥을 유지시켜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