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를 찾아온 고(故) 김태완군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많이 울었습니다. 억울함을 풀어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죠.”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999년 5월,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6살 어린이였던 김군이 황산 테러로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신원 미상의 누군가 느닷없이 길을 지나던 김군의 온몸에 황산을 끼얹은 것이다. 김군은 3도의 화상을 입었고 투병하다 49일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6년이 지났지만, 범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대구 황산테러 사건 피해자 김태완군의 어머니 박정숙씨가 지난해 7월 1일 대구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공소시효는 지난해 7월로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사건의 희생자인 김군의 부모가 재정신청을 내 공소시효가 정지된 상태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옳은지 법원에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는 제도다. 하지만 법원은 재정신청을 기각했고 김군의 부모는 지난 9일 재항고했다. 재항고는 재정신청의 기각 결정이 적절한지 가려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재항고마저 기각되면 김군의 사건은 영구미제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제2·3의 태완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흉악한 살인죄는 어떠한 경우에도 처벌하고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는 취지다.

서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살인과 살인 청탁(촉탁살인), 상해·폭행·유기 치사, 강간 등 살인·치사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공소시효를 없애기로 했다. 시행 시기는 법이 공포된 날부터다.

특히 개정안은 고 김 군의 사건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도록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서도 적용토록 했다. 현행법상 공소시효는 2007년 12월 법이 개정돼 25년으로 늘었다. 개정 전까지는 15년으로 고 김 군의 공시시효는 15년이다.

서 의원은 “현행법은 법적 안정성을 중시해 피해자의 인권 보호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적된다”며 반인륜범죄인 살인죄부터 공소시효를 없애 억울한 죽음은 끝까지 밝히고 합당한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린 2011년 10월 28일 오전 국회 법사위 회의실에 아동 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촉구하는 서명지를 담은 상자가 놓여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2010년 살인을 비롯한 12가지 중대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폐지했다. 영국은 경범죄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하고 있고 미국은 일부 주를 제외하면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2011년 아동·청소년 성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서 의원은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재항고 심사 결과가 나오면 고 김군 사건의 공소시효는 3일 남게 되는데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사건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유가족들의 억울함을 풀어 드리고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