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준화 기자] “우리요? 부부 같은 사이죠.” 자이언티(김해솔·26)와 크러쉬(신효섭·23)는 서로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음악이랑 결혼했다’는 진부한 답변의 새로운 버전인가 했는데. 두 사람, 정말 둘도 없는 사이였다. 언더시절부터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눠왔고 현재도 진행 중. 절친한 동료이자 쟁쟁한 라이벌이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지만, 이들의 경쟁은 서로의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다. 라이벌의 존재는 성장의 기폭제가 되기 마련. 치열한 경쟁 속에서 놓인 이들은 상승작용을 통해 무서운 성장을 이룬다. 경쟁자와의 관계가 가까울수록 효과가 극대화되기 마련. 이런 맥락에서 자이언티와 크러쉬는 가장 미래가 촉망되는 뮤지션이다.
미래가 촉망된다고 해서 현재가 주춤한 것도, 과거가 어두웠던 것도 아니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부터 인정받아온 실력파인데다가, '자이언티, 크러쉬가 참여하면 무조건 뜬다'는 성공 공식이 나올 정도로 최근 가장 '핫'한 이들.
그런 두 사람이 뭉쳤으니, 좋은 성적이 따라올 수밖에. 지난 2일 발매한 신곡 ‘그냥(Just)’로 가온차트 주간 3관왕에 올랐고, MBC MUSIC '쇼!챔피언'에 이어 MBC '쇼! 음악중심'에서도 1위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처음 만남부터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들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을 터. 부부라는 두 사람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효섭이(크러쉬)는 나이에 비해서 성숙하고, 욕심도 많아요. 그런데 내려놓고 포기하는 법도 잘 알고, 들을 줄 아는 자세가 돼 있어서 습득도 빠르고 재능이 뛰어나죠."(자이언티)
"욕심을 많이 내는 편인데 형과 같이 작업하면서 힘을 좀 빼고 내 색깔이 뭔지 알아가는 것에 대해 조언을 많이 얻었어요. 여러 가지 영상이라든지 디자인 등 음악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도 옆에서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감각이 엄청난 형이에요." (크러쉬)
자이언티는 크러쉬를 이끌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둘의 첫 만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10월 7일 홍대 앞 자이언티의 팬이었던 크러쉬는 클럽 앞에서 만난 자이언티에게 데모 곡과 메일주소를 넘겨줬다. 음악을 들은 자이언티는 크러쉬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함께 작업 제안했고, 인연이 시작됐다.
절친한 동료이자, 아끼는 형동생. 그러면서 철천지 라이벌인 두 사람. 서로에 대한 마음이 각별할 것 같아 편지를 부탁해봤다. 남자가 남자에게 쓰는 편지라니, 두 사람의 반응은 ‘멘붕’이었다. 쉽게 펜을 들지 못했던 이들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천천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적어 내려갔다.
두 사람이 적은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 다만 힙합스러운 과격한 표현, 절친함이 묻어나는 욕설(?)과 심한 농담은 아쉽지만 삭제했다. 이들의 뜨거운 진심을 엿보자.
먼저 동생 크러쉬에게 보내는 자이언티의 편지.
"신효섭 씨에게 드립니다.
어쩌다가 효섭아, 우리가 만나가지고 같이 일하고 놀고...사막에서 정글에서 울다가 웃다가 서로 만나기까지 힘들었어도 우리는 모두 친구(포켓몬스터 주제곡 가사 중 일부) 아무튼 축하한다. 앨범이 잘 돼서 정말 다행이야. 크게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돼서 우리도 힘내서 활동하고 있지. 하루에 몇 시간 못자면서도 힘이 넘치지. 계속 열심히 하자. 하하하. 올해 바쁘게 지내보자. 시작이 좋은데 그치? 별 생각 없이 묵묵히 작업하다보면 좋은 곡 나오겠지? 기도를 쉬지 말자. 매주 같은 자리에서 기도하자. 어 그러자. 널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나. 택시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가와 메일 주소를 건네던 네 모습. 처음엔 '얘는 뭐지?'라고 어리둥절했는데. 네가 들려준 음악들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어. 진지한 이야기는 따로 더 하기로 하고...갑자기 편지를 쓰려니 힘드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오랜만이고 쉽지 않네. 하하하. 편지를 쓰는 중인데 옆에서는 플래쉬가 터지고 이게 무슨 상황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_-; 지금까지 고생했고, 앞으로도 힘내 우리끼리 매일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로 알 수 없는 인생이야. 알 수가 없는 인생. 한발 한발 신중히 옮기자. 기도할게 안녕!"
- 크러쉬가 자이언티에게 보내는 편지는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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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