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법안 표결 행태를 통한 이념 성향의 분석 결과 최근 여야(與野) 지도부 교체로 양당 대표 간 이념 성향 차이는 커진 반면 원내대표들은 거리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서울대 한규섭 교수팀은 '19대 국회 이념 성향 분석'을 통해 '가장 진보' 1위부터 '가장 보수' 295위까지 19대 국회의원들의 이념 성향을 측정했다. 분석 결과 지난 2월 초 전당대회를 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문희상 전 대표는 132위로 야당 내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쪽이었지만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표는 92위로 문 전 대표에 비해선 이념 위치가 왼쪽이었다. 따라서 여당 내에서도 보수 쪽에 위치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240위)와 비교하면 여야 대표 간 이념적 거리는 멀어진 셈이다. 반면 양당의 원내 사령탑이자 여야 협상의 창구인 원내대표 간 이념적 거리는 가까워졌다. 지난달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총리는 전체 295명 중 173위였지만 신임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은 149위로 더 중도 쪽이었다. 새정치연합에서 비교적 중도 쪽에 위치한 우윤근 원내대표는 129위였다. 양당 원내 사령탑의 성향 차이가 좁혀진 셈이다. 두 원내대표의 이념적 거리로만 보면 앞으로 양당의 협상이 이전에 비해 원활해질 가능성이 있다.
◇여당 지도부는 보수와 중도 혼재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240위)는 여당 내에서 56번째로 보수적이지만 유승민 원내대표(149위), 이군현 사무총장(167위), 원유철 정책위의장(182위) 등 원내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중도 쪽 성향이 많았다. 지난 2일 경선에서 유 원내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31위로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었다. 새누리당 최고위원 중에선 이인제 의원(245위)과 김을동 의원(237위)은 강한 보수 성향인 데 비해 서청원 의원(174위), 김태호 의원(152위), 이정현 의원(143위) 등은 여당 내에서 이념 위치가 왼쪽이었다. 지난 16일 국회 임명동의안이 통과된 이완구 총리(173위), 최경환 경제부총리(162위), 황우여 사회부총리(147위) 등 내각에 입각한 여당 의원의 법안 표결은 여당 내에선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까웠다. 17일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기준 의원은 290위로 매우 보수 성향이 강했고,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인 유일호 의원은 177위였다.
◇야당 지도부는 진보 성향이 다수
새정치연합의 문재인 대표(92위)는 야당 내에선 이념적 위치가 중간 정도였다. 전당대회에서 경쟁 상대였던 박지원 의원(69위)과 이인영 의원(42위)은 문 대표에 비해 표결 성향이 진보적이었다. 특히 박 의원은 18대 국회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야당 전체 의원 중에서 정확히 중간 정도에 위치한 일관성을 보여줬다.
최근 새로 지도부에 합류한 양승조 사무총장(49위)과 강기정 정책위의장(35위)은 야당 내부에서도 진보 성향이 상위에 속하는 의원들이었다. 특히 정책위의장으로서 집권 여당과 제1야당의 정책 조율 선봉에 서게 된 여당의 원유철 의원(182위)과 강기정 의원(35위)은 이념적 거리가 멀었다. 지난 8일 전당대회에서 새롭게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정청래 의원(30위), 유승희 의원(26위), 오영식 의원(55위), 주승용 의원(86위), 전병헌 의원(154위) 중에서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문 대표에 비해 표결 성향이 왼쪽에 위치해 진보 색채가 강한 편이었다. 최근 막말 논란이 일었던 정청래 의원은 새정치연합 135명 중에서 진보 성향이 26번째로 강했다.
한편 진보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정의당은 정진후·김제남 의원의 진보적 성향이 새정치연합의 장하나 의원에 이어 2~3위였다. 심상정 원내대표는 11위로 정의당 내에선 상대적으로 온건한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