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고3 김모(18)양은 11일 고등학교 졸업식이 끝난 직후 서울 강남의 재수학원으로 향했다. 김양은 연세대와 고려대를 목표로 했는데, 수능에서 평소보다 성적이 낮게 나와 수시와 정시 모두 목표하는 대학에 떨어졌다. 김양은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재수를 결심했고, 1월에 재수 종합 학원에 등록했다. 2월 초 개강한 재수 학원은 아침 8시 강의를 시작해 밤 10시까지 자습을 한다.

김씨의 어머니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나가는 애를 보면 안 됐기도 하지만, 딱 1년만 더 고생해서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가면 평생 후회하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며 "애 학교 친구들도 보면 중위권 대학 붙은 애들이 재수를 많이 하더라"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딸과 같은 반 친구 어머니들과 함께 직접 '재수 학원 투어'도 했다.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통계서비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4학년도 전국의 4년제 189개 대학의 신입생 중에서 재수생(삼수생 등 포함)이 19.3%에 달했다. 대학 신입생 5명 중 1명꼴로 재수생이라는 뜻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지역 대학은 신입생 중 재수생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1.8%였다. 그다음으로 세종시(27.5%), 인천(27%), 경기도(24.1%) 순으로 대학에 재수생 입학자가 많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도권 지역 대학들은 합격 커트라인도 그만큼 높기 때문에 재수, 삼수를 해서 들어가는 학생 비율이 다른 지역 대학들보다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수생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소위 '교육 특구' 지역의 재수생 비율이 특히 높은 것이 특징이다. 본지가 국회 박홍근 의원실과 함께 2014학년도 고교별 수능 성적을 분석한 결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수능 응시생 중 재학생 대비 재수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강남구로 74.3%에 달했다. 재학생 수능 응시생이 100명이면 재수생이 74명이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서울 양천구 54.8%, 경기 과천시 54.5%, 서울 종로구 48.4%, 서울 송파구 47.7% 순이었다. 전국의 고교 가운데 2014학년도 입시 재수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양천구 양정고로 재수생 비율이 109.9%였다. 입시에서 재학생 수능 응시자보다 재수생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특정 지역에서 재수를 많이 하는 이유는 재수를 하면 수능 성적이 많이 오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 입시 전문가는 "재수생들의 수능 성적이 더 좋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서울 강남 등에서는 웬만해선 재수를 많이 시킨다"고 말했다.

한편 수능 원서 접수자 가운데 재수생 비율은 2012학년도 21.7%에서 2013학년도 21.3%, 2014학년도 19.6%로 소폭 줄었다. 대학 입학자 가운데 재수생 비율도 같은 기간 21.3%에서 19.3%로 줄었다. 하지만 올해 2015학년도 수능 응시생 가운데 재수생 비율이 20.5%로 전년보다 다소 늘었기 때문에, 올해 대학 입학생 가운데 재수생 비율도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