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9시 인천국제공항.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회사원 김모(30)씨가 입국 심사대 앞에 섰다. 여권을 펼친 심사관은 한동안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권 사진은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모습이었지만, 김씨는 긴 머리에 안경도 쓰지 않아 얼핏 다른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5~6차례 김씨 얼굴을 살펴본 심사관은 "안경을 벗으셨네요" 한 뒤 입국을 허가했다.

성형수술이나 시력 교정 수술 등 외모를 바꾸는 각종 수술이 일반화하면서 출입국 심사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성형수술로 외모가 극적으로 달라진 사람들은 아예 여권 사진을 바꿔 문제가 없지만, 사진은 예전 그대로인데 안경을 벗거나 보톡스·필러 같은 시술을 받아 얼굴이 달라지면 본인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심사관들은 1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출입국을 허가한다. 비밀은 귀(耳)에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육안으로 알아보기 어려울 때는 귀를 먼저 본다"고 말했다. 성형수술로 눈이나 코 모습이 변했다 하더라도 귀의 크기, 귓불의 크기와 두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 사진을 찍을 때 반드시 귀가 보이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일 귀 모양으로도 판단이 쉽지 않으면 입술과 인중 등을 살펴본다고 한다.

귀를 포함해 얼굴을 아예 '리모델링'한 수준이라면 어떨까. 그럴 때는 따로 마련된 재심사실로 안내된다. 한국에 와서 성형수술을 받은 후 얼굴 전체를 붕대로 칭칭 감은 채 출국하려는 중국인 관광객이 재심사실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주로 지문 날인을 통해 동일인 여부를 확인한다. 한국인은 주민등록 전산망에 있는 지문 정보를 이용한다. 외국인은 2012년 이후 한국에 입국할 때마다 지문을 채취해 전산망에 저장해놓고 있다.

입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받아든 심사관의 손과 눈은 빠르게 움직인다. 전자 여권 칩을 단말기에 대면 심사관 모니터에는 여권 사진뿐 아니라 행정자치부 전산망에 저장돼 있는 주민등록증 사진까지 떠오른다. 출입국 정보 등 개인 정보도 동시에 열람 가능하다.

전자 여권을 사용하지 않는 나라 국민이라면 심사관 눈빛은 더 날카로워진다. 네팔·방글라데시·시리아·페루 등 2013년 기준 131국이 아직 전자 여권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심사관은 심사대마다 놓여 있는 자외선 형광 반응기 등을 이용해 진위를 감식한다. 심사대에서 위조 여권 여부를 판독할 수 없으면 재심사실에서 여권 정밀 감식을 한다. 2007년 국내에 도입된 수억원짜리 초정밀 장비로, 여권을 150배로 확대해 볼 수 있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전 세계 국가에서 사용하는 여권 진본(眞本)을 확보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았다"며 "이를 토대로 위조 방지 무늬, 종이 성분 비율의 일치 여부를 확인해 위조 여권을 잡아낸다"고 말했다. 2013년 인천공항에서만 하루 평균 외국인 12.9명이 위조 여권 사용 등으로 출입국이 거부됐다.

하루 최대 15만명이 이용하는 인천공항은 지난해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ASQ)에서 9년 연속 1위를 달성했다. 출입국 심사 과정 역시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미국·호주 등지의 심사관들은 인천공항 출국 도장이 찍힌 여권을 '보증된 여권'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장하는 출입국 심사 시간은 출국 60분, 입국 45분이다. 지난해 인천공항은 각각 16분, 12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