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개봉하는 영화 '쎄시봉'에서 송창식 역의 조복래(29)는 가장 눈에 띄는 배우다. 영화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김현석 감독이 윤형주·송창식·이장희·조영남 등 1970년대 음악감상실 쎄시봉의 실제 인물들에 허구의 인물들을 더해 엮어낸 청춘 멜로. 장면마다 감탄과 웃음을 끌어내는 캐릭터의 힘은 단연 조복래의 송창식이 발군이다.

조복래는 송창식 노래 '사랑이야'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단 한 번 눈길에 부서진 내 영혼. 그런게 진짜 사랑인 것 같아요." 그는 영화 OST에 이 노래를 직접 불러 담았다.

조복래는 장진 사단 '필름있수다' 소속으로 여러 연극과 뮤지컬에 출연했다.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에선 소매치기, '명량'에선 목 잘리는 탈영병. 모두 단역이었다. 개봉을 앞두고 쏟아지는 관심에 "어리둥절하다"고 했다. "온전히 송창식 선생님의 매력 덕분"이라면서도 "네가 아니면 누가 송창식 역할을 하느냐는 말 많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인터뷰 중에도 연극하듯 가끔 목소리를 높이거나 몸짓으로 감탄사를 만들었다.

"친구들이 서태지와 H.O.T에 열광할 때 오페라·뮤지컬과 송창식을 들었어요. 연기에 필요할 것 같아 성악 발성도 배웠고. '애늙은이'죠." 오디션 소식을 듣고 "딴 건 다 밀려도 송창식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는 외모, 음악에 대한 애정은 안 꿀린다"고 생각했다. 극단에서 개량한복을, 뮤지컬 팀에서 가발을 빌려 오디션에 나갔다. 송창식의 애창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을 불렀다. 경쟁률 250대1. 한 달쯤 뒤 합격 전화를 받았다. "내가 송창식 역이라니, 이건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야!" 영화 속 송창식은 쎄시봉 대학생 노래 경연에서 윤형주를 제치고 우승할 때 이 노래를 부른다.

쎄시봉 가수들이 자영(한효주)에게 차례로 차이는 모습을 극중 송창식이 부르는 '담배가게 아가씨' 노래에 맞춰 편집한 시퀀스는 이 영화 최고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음악감독님이 그러셨어요. '노래로 승부 볼 생각 말고 감정을 최대한 살려라.' 감독님도 그러셨죠. '그냥 절규한다고 생각해라.'" 송창식은 실제론 술을 전혀 못한다. 술 취한 김에 고백했다 딱지 맞는 이 장면을 위해 제작진과 함께 송창식을 찾아가 직접 허락을 받았다.

영화‘쎄시봉’에서 송창식의 모습을 맛깔나게 재현해낸 배우 조복래(왼쪽)와 실제 송창식(오른쪽).

실은 주눅 많이 들었다. 상대 배역은 다들 스타였다. 모든 게 노련했다. 제작·출연진이 작년 쎄시봉 콘서트에 인사차 갔다. "송창식 선생님이 제가 자신 역할이란 얘길 듣고 '어, 그래' 하셨어요. 그걸로 끝. '내가 여기 있어도 되나' 싶고,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생각했다. "역시 배울 거 천지다! 대단하다! 난 잃을 게 하나도 없다!" 그는 "관객에게 중요한 건 외모 카피나 모창이 아니라 그때 송창식의 소년적 감수성과 천재성"이라 생각했다. 영화 속 그는 어투와 태도, 손짓과 발걸음으로 '그때 그 송창식'을 썩 잘 함축해냈다.

조복래는 "이제야 무대처럼 스크린에서 '플레이'하는 맛을 알아가는 초짜"라고 했다. 지금 가장 큰 욕심은 "욕심부리지 않는 것". "지금 같은 관심은 분명 한때예요. 다시 예전처럼 밑바닥, 사람들 눈밖, 내 위치로 돌아가도, 욕심 내지 않고 쭉 배우로 살고 싶어요." 인터뷰 마칠 때쯤, 앞으로도 감독들과 관객들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