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이 먹여 살리는 MBC ‘애니멀즈’(위)와 SBS‘ 동물농장’700회 특집 한 장면.

“멍멍·슈슈·쿠쿠로 대한·민국·만세를 이겨보겠다.”

지난 22일 MBC 새 예능 '애니멀즈' 제작 발표회에서 손창우 PD가 말했다. 멍멍과 슈슈, 쿠쿠는 지난해 8월 중국 광저우 청룽동물원에서 태어난 세계 유일 '세 쌍둥이 판다'. 대표 육아 프로그램 '아빠! 어디가?'의 후속작으로 방영되는 터라, 동 시간대 경쟁작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마스코트 세 살배기 세 쌍둥이(대한·민국·만세)를 언급한 것이다.

손 PD는 "처음엔 노골적으로 '비슷한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삼둥이가 탔던) '삼국열차'를 중국에 가져가 태워볼까도 했다"며 "말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귀여움은 삼둥이 이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프로는 개·기린·타조·라마 등 동물들을 총출동시키며 시청률 사냥에 돌입했다.

예능계에 불어닥친 육아 바람에 맞불을 놓기 위해 동물이 나섰다. 케이블 채널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청률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tvN '삼시세끼―어촌 편' 역시 동물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룻강아지 산체다. 최고 시청률(14.2%)을 기록한 지난 31일 방송 직후, 이 장모치와와종(種) 강아지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장악했다. 이 프로 조연출 장은정 PD의 애견으로, 집에 돌봐줄 사람이 없어 촬영장에 데려왔다가 현장에서 즉석 캐스팅됐다.

나영석 PD는 "아무래도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지고, 예상외의 화면과 반응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S '1박2일'에서 강아지 '상근이'를 출연시켜 대박을 터뜨린 나 PD는, 지난해 '삼시세끼―농촌 편'의 강아지(밍키), 닭(마틸다·올리비아·소피아·엘리자베스·그레이스), 염소(잭슨)에 이어 이번에도 산체를 비롯, 닭(로드리게스·곤잘레스·페르난데스) 등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삼시세끼’시청률 견인 1등 공신인 강아지 산체.

1일 방송 700회 맞은 원조 동물 예능 SBS '동물농장'은 햇수로 15년째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롱런하고 있다. 이덕건 PD는 "이 세상 거의 모든 종류 동물을 다뤘다"면서 "동물은 사람이 줄 수 없는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을 예능 소재로 소비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2일 동물자유연대는 MBC에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와 안전을 위한 의견’을 서면 전달했다. 이 단체는 “국내에는 촬영 시 동물 복지를 보장하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동물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인간과의 교감으로 미화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며 “전문 지식이 있는 스태프를 촬영장에 배치하고 동물보호법에 따라 촬영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