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경영대학원은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앤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경영대학원(MBA) 순위에서 남가주대학(USC), 위스콘신대 등과 함께 공동 27위에 올랐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전과 3D프린팅 등 신기술의 등장은 일상 업무의 성격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여기에 더해 전에 없던 새로운 직업도 다수 만들어졌다.

물론 반대급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사택시 서비스 우버의 등장에 기존 택시업계의 저항이 큰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아제이 빈지(Ajay Vinze) 애리조나주립대(ASU) 캐리(W.P. Carey)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경영대 부학장)는 그럼에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창조적 파괴’의 긍정적인 영향을 높이 평가했다.

캐리 경영대학원은 올해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앤월드리포트가 선정한 미국 경영대학원(MBA) 순위에서 남가주대학(USC), 위스콘신대 등과 함께 공동 27위에 올랐다. 온라인 MBA 프로그램은 같은 조사에서 4위에 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MBA 프로그램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가운데 기술 발전으로 인한 변화를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존 MBA 프로그램과 별도로 빅데이터 분석과 기업 업무를 접목한 ‘비즈니스 어낼리틱스’ 과정(석사)을 신설했다. 최근 세종대학교 경영대학과의 제휴를 위해 서울에 온 빈지 교수를 서울 군자동 세종대학교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술 발전으로 인한 '창조적 파괴'의 대표적인 예를 든다면?
"3D프린팅으로 인한 생산방식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너트와 볼트를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은 재료 중에서 너트와 볼트처럼 보이지 않는 부분을 깎아 없애는 것이었다. 버려진 부분은 골치 아픈 '폐기물'(waste)이었다. 하지만 3D프린팅으로 폐기물 없는 생산이 가능해졌다."

-우버의 예를 통해 보듯 새로운 변화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우버의 경우는 기존에 존재하던 서비스를 창조적으로 결합한 것이라는 점이다. 우버 서비스의 근간을 이루는 스마트폰 앱과 위성항법장치(GPS)는 모두 기존에 있던 기술이다. 우버 서비스로 택시 업계가 타격을 받는 것은 자명하다. 기술 변화로 이제 우리 중 누구라도 택시 기사와 같은 상황에 몰릴 수 있다.

기술 변화에는 늘 명암이 엇갈리기 마련이기에 장기적으로는 누가 이익을 보고 손해를 보고 하는 것보다 기존 업무가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어떻게 재정의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20년 전 인기 업종이었던 비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과거 비서로 일했던 사람 중 상당수는 재교육을 통해 직업을 바꿨다.”

-기술 발전으로 비즈니스 교육에도 변화가 있었나?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과거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서만 전달할 수 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을 온라인과 모바일 강의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이고 충실한 수업 진행이 가능해졌다. 내 수업만 해도 강의는 동영상으로 제작해 수업 전에 미리 보고 오도록 한다. 수업은 강의 내용에 대한 토론 중심으로 진행된다. 노트북과 태블릿PC를 비롯한 다양한 IT기기를 수업에 가져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BA가 비싼 등록금에 비해 과거만큼 차별화된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캐리 졸업생의 경우 평균 초임이 6만~9만달러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다만 MBA를 마쳤다고 당장 고연봉 일자리가 보장된다는 환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조직 생활에서 해를 거듭할수록 MBA를 통해 배운 것들이 빛을 발할 것이다.

좀 더 단기적인 접근으로 기존 MBA와 차별화를 위해 만든 게 ‘비즈니스 어낼리틱스’ 과정이다. MBA와 달리 오랜 업무 경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빅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 변화를 다루기 때문에 경험이 많다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경험이 많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7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통신 기술이 발전해도 얼굴을 마주 대하는 전통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는 변함이 없지 않을까?
"물론이다. 애리조나에서 화상으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데도 내가 한국까지 날아온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매번 만날 필요는 없어도 사람을 직접 만나 알게 된다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야 한다."

아제이 빈지(Ajay Vinze) 캐리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한국 학생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은?
"캐리 경영대학원은 미국에서 가장 큰 MBA 중 하나인데 국적별로 가장 많은 외국인 학생 그룹은 중국이고 인도가 그다음이다(인도 출신인 빈지 교수는 애리조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필리핀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경험도 있는 국제 전문가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4위다. 한국 학생들은 목적의식이 분명하고 학구열이 대단하다. 영어회화 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과거보다 많이 나아졌다.

한국 학생들에게 두드러지는 약점이자 강점은 지나치게 공손하다는 것이다. 중국 등 다른 아시아권 출신 학생에 비해서도 너무 공손하다. 한국 학생이 내 이름(first name)을 부르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웃음). 학문 세계에서는 누구에게도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교수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에 대한 조언 부탁한다.
"한국 기업의 성장은 정말 인상적이다. 경영 스타일도, 문제 해결 방법도 독특하지만, 비즈니스는 문화와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말하기 조심스럽다. 한국 학생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하자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성공한 창업자가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실패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진정한 성공은 실패를 딛고 나오는 것이다. 누구나 언제나 성공할 수 있다면 교육은 필요 없다."

-학교(캐리) 차원에서도 한국 기업의 사례에 개인적인 관심을 갖고 있나?
"한국 학생 비중이 높은 만큼 한국 기업에 대한 사례 분석을 더 많이 시도하고 싶다. 한국 학생들이 코카콜라가 브라질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에 뭐 그리 대단한 관심이 있겠는가?"

-한국 기업이 내부 사례를 선뜻 공개할 것 같지 않다.
"사례를 공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기업을 교육하고 설득하는 것도 우리(경영대학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국에 있는 동문 네트워크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애리조나주립대가 있는 템피(Tempi)는 어떤 곳인가?
"미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도시인 피닉스 광역 도시권 속해있다. 1년에 350일 이상 햇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10~4월의 날씨는 최고다. 여름에는 덥지만, 홍수나 지진,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가 없다. 이 때문에 구글과 인텔, 아마존 등 주요 기업들이 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 핵심 시설을 두고 있다. 물론 졸업생의 취업에도 도움이 된다."

-세종대와의 제휴 계기와 내용이 궁금하다.
"지난해 우리 학교를 찾은 전용욱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장(대외부총장)과의 만남이 계기가 됐다. 우리처럼 큰 학교에는 규모로 인한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세종대는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부분을 혁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로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제휴를 체결하게 됐다.

우선 세종대 경영학과(학부) 학생 중 학교 추천을 받은 우수 학생에게 선별적으로 1년간 비즈니스 어낼리틱스 과정을 들을 기회가 주어진다. 과정을 마치면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장에 ASU의 과정 학위도 함께 취득할 수 있다. 세종대 경영대학원과의 교류는 온라인 강의를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지만 양교를 오가는 프로그램도 포함될 예정이다. 9월부터 세종-애리조나주립대MBA(SASMBA)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앞으로는 캐리의 교수들이 세종대 경영대에서 강의하는 등 점차 교류 범위를 넓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