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쌍둥이다. KBS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선 탤런트 송일국의 세 쌍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와 개그맨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서준이 인기몰이 중이다. 일란성 쌍둥이 딸을 둔 S.E.S.의 슈는 최근 SBS 육아 예능 '오 마이 베이비'에 합류했다. 축구선수 이동국도 겹쌍둥이 네 딸의 아빠다.
쌍둥이는 방송에서만 자주 등장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쌍둥이 출생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다태아(多胎兒) 출생 비율은 3.3%, 20년 전인 1993년 1.1%의 3배가 됐다. 반면 2013년 출생아 수(43만6455명)는 1993년(71만5826명)에 비해 40%가량 줄었다. 아이는 적게 태어나는데 쌍둥이 비율은 늘어난 것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이 쌍둥이 만들었다
'쌍둥이 전성시대'의 주요인은 난임(難姙) 치료 시술의 증가다. 시험관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체외수정(시험관 아기)의 경우 착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개의 배아를 자궁에 넣다 보니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높다.
남성의 정자를 여성의 자궁 안에 넣어주는 인공수정도 난자를 여러 개 배출하도록 약물을 투여하기 때문에 쌍태아 확률이 높다. 양광문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연임신으로 쌍둥이가 생길 확률은 1% 정도지만 인공수정의 경우 5%, 체외수정의 경우 20~25%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배아생성의료기관 200여곳이 시술한 체외수정은 2013년 5만3978건으로 2006년 3만2783건에 비해 2만건 이상 늘었다. 이처럼 난임 시술 사례가 늘어난 것은 여성들의 만혼(晩婚) 추세 때문이다.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35세가 넘어가면 수태 능력이 떨어진다. 체외 수정을 할 때 여성이 35세 이상이면 배아를 두 개, 40세 이상이면 세 개까지 이식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쌍둥이를 낳을 확률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꺼리는 대상에서 선망의 대상으로
우리 전통 사회에서 쌍둥이는 환영받지 못했다. 민속학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장자(長子) 상속 사회에서 아이가 동시에 둘 태어난다는 것은 사회 시스템을 흔드는 일이라 여겼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쌍둥이를 꺼리는 정서가 강했다"고 했다. 1977년 국내 최초의 일란성 네 쌍둥이로 화제를 모았던 매·란·국·죽(梅蘭菊竹) 자매 중 막내인 최일죽(38) 61사단 포병연대 중사는 "한꺼번에 딸 넷이라 조부모님은 달가워하지 않으셨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쌍둥이 엄마는 선망의 대상이다. 임신·출산이라는 번거로운 과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살 터울로 두 아들을 둔 강지영(37)씨는 "직장 다니면서 출산과 육아를 되풀이하자니 차라리 쌍둥이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터넷 육아 커뮤니티에는 "쌍둥이를 가지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냐"는 문의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쌍둥이 출산은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광문 교수는 "다태아는 어머니의 자궁과 영양분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단태아보다 유산율·조산율이 높다. 또 산모의 임신 합병증 위험도 높다"고 했다.
생명윤리 차원의 문제도 있다. 이영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건강 때문에 다태아 중 일부를 유산시키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선진국들의 경우 난임 시술은 최대한 쌍태아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단일 배아를 이식해야 한다고 법령에 명시했다.
쌍둥이 관련 산업도 부상
쌍둥이는 예전에도 영화·소설 등 대중문화 소재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일란성쌍둥이 자매를 주인공으로 한 김내성 소설 '쌍무지개 뜨는 언덕'은 1956년과 1977년 두 번이나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초 10대 소녀들 사이에선 영국 작가 에니드 블라이턴 소설 '말괄량이 쌍둥이' 시리즈가 유행했다. 대중문화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쌍둥이는 대개 일란성이다. 부모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닮았다는 점이 흥미를 자극했고, '쌍둥이끼리는 텔레파시가 통한다더라'는 이야기가 신비감을 부여했다.
아이 하나만 낳아서 기르는 게 대세인 요즘, 쌍둥이에게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는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나이에 비해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고 행동이 의젓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행동유전학자 허윤미 박사는 "형제·자매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좀 더 온정적으로 대하고 양보하는 마음도 크다. 쌍둥이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이런 친사회행동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쌍둥이 관련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선 지난 1~27일 쌍둥이 유모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약 6배 증가하는 등 쌍둥이 전용용품이 인기를 끌었다. 쌍둥이 육아서 '천하무적 쌍둥이 생생육아'(북하우스)는 출판계 불황에도 2쇄를 찍으며, 육아서 시장에선 꽤 히트작으로 꼽혔다. 쌍둥이가 탈 수 있는 자전거와 쌍둥이 아기를 한 번에 안을 수 있는 도구 등 다양한 용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이원교 11번가 출산유아팀장은 "'트위노믹스(쌍둥이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쌍둥이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