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가구 이상 아파트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회계 자료 5년 의무 보관, 관리비 인터넷 홈페이지 의무 공개 등이 법에 보장돼 있지만, 오피스텔·상가 등 집합건물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 관리비는 제어가 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와 본지가 최근 서울 시내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 6곳을 대상으로 공용 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서울시 아파트 전체 평균보다 85%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지난 20일부터 4차례에 걸쳐 오피스텔·상가 관리비 비리 실태와 원인을 집어봤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집합건물 관리비 비리와 관련해 좌담회를 마련했다.

서울시 집합건물 정책을 책임지는 한병용 건축기획과장, 서울시와 함께 집합건물 관리인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던 정해민 회계사, 서울 한 오피스텔의 허욱 관리인, 김남근 변호사, 청년 주거권 확보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임경지 팀장,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이준동 검사 등이 참석했다.

사각지대로 방치돼온 오피스텔 관리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적 정비와 행정기관의 개입뿐 아니라 소유자 및 세입자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남근 변호사, 임경지 민달팽이 유니온 팀장, 한병용 서울시 건축기획과장, 이준동 법무부 검사, 허욱 오피스텔 관리인, 정해민 회계사.

―어떤 문제들이 있나.

허욱 "관리인 입장에서도 오피스텔 관리비는 비싸다고 느낀다. 오피스텔에서 관리비 30만원을 내다 평수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갔는데 관리비가 15만원만 나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임경지 "단순히 비싸서 문제라기보다 불투명하니 비싸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작년 서대문구 일대 오피스텔 359곳을 표본으로 조사해봤더니 면적과 상관없이 관리비가 5만원대 또는 10만원대였다. 어떤 체계가 있는 게 아니었다."

김남근 "아파트 소유자들은 주택법에 따라 무슨 항목으로 관리비가 부과되는지 알 수 있다. 비교도 가능하다.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또 관리비가 너무 비싸 소송을 하더라도, 법원은 소송 거는 사람에게 입증하라고 한다. 그런데 관리인이 서류 안 내놓는다. 당연히 입증이 안 된다.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것이다."

정해민 "서울시의 아파트 관리비 실태 조사에 참여했는데, 300가구 이상 아파트는 '강제 외부 회계감사' 같은 법률 조항이 잘 돼 있더라. 오피스텔은 달랐다. 외부 회계감사나 정보 공개 등 규제가 없었다."

허욱 "관리인 한 명이 선임돼 그가 결정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것도 문제다. 실제 거주하지 않는 소유자들을 대신해 일하게 하기 위해 관리인을 뽑는 것인데, 오피스텔에 아무나 한 명 세들어서 소유자들한테 '내가 관리인단을 만들려 한다'고 계속 편지를 보내면 위임장을 받을 수 있다. 위임장을 받으면 총회를 열어 자기가 소유자들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선정된 관리인이 위임장 받았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관리비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하나.

김남근 "오피스텔은 관리비가 어디 쓰이는지 감독할 주체가 없다. 수십 수백 가구가 모여 있는 집합건물은 사적자치(私的自治)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규모에 따라 행정력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병용 "오피스텔에 사는 사람은 주로 젊은이다. 관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성세대와 갈등이 생기고,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아파트와 똑같이 할 수는 없겠지만 '150가구 이상' 등 기준을 정하고, 공공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비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공동주택 통합정보마당'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150가구 이상 아파트의 관리비 부과 내역을 확인하고 인근 아파트와의 차이도 비교할 수 있다. 오피스텔 같은 집합건물에 대해서도 정보 공개·비교가 가능한 사이트를 만들려 한다."

이준동 "비리 견제 필요성에 공감한다. 법무부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집합건물법 개정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자체의 개입을 가능하게 할지, 가능하게 한다면 어느 범위까지 허용할지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하겠다."

―법 정비와 행정기관의 개입만으로 해결될까?

이준동 "관리업체의 비리는 법의 문제만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법 체계가 잘 돼 있다는 아파트도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소유자들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집합건물법 해설서 등을 참고하며 관리비 문제를 살펴야 변화할 수 있다."

김남근 "아파트에서 입주자대표회의가 감시자 역할을 하듯 오피스텔 소유자들도 위원회를 구성해 전문관리회사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집합건물법이 개정돼 2년마다 관리인을 선출하는 선거를 하게 돼 있다. 이 법이 시행된 것이 2013년 6월부터니 벌써 2년째다. 법대로 된다면 올해 7월쯤 전국 오피스텔에 선거한다고 공고가 붙어야 한다. 그런데 그냥 놔두면 사람들이 하겠나. 서울시가 감독은 못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데 현행법으론 권한이 없다. 지자체가 행정적 권한을 갖고 2년에 한 번 선거 잘되게 이끌고 민주적 시스템을 도입하면 4~5년 뒤엔 정착될 것으로 본다."

임경지 "젊은이들이 많이 사는 150가구 미만 집합건물은 법이 개정돼도 공공 관리 대상에서 제외될 확률이 높다. 자체적 노력도 필요하다. 세입자에게도 더 많은 권리를 줘야 공동체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관심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