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이 29일 국회 병영문화혁신특위 회의에서 최근 일어난 육군 여단장(대령)의 여하사 성폭행 사건에 대해 "여단장이 지난해에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고 한다"며 "40대 중반인 그에게 성적(性的)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측면을 봐야 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군에서 아주 잘나간다는 사람들이 (성범죄) 문제를 일으킨다"면서 "일 잘한다는 얘기 들으려고 외박도 안 나가면 본인과 부대가 피로해진다"고도 했다. 그는 발언 중 피해 여부사관을 '하사 아가씨'로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육군 사단장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해 창군 사상 처음으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근 5년간 군 내에서 저질러진 여군 상대 성범죄가 적발된 것만 83건이다. 감춰진 사건까지 합하면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여군 상대 성폭행·성추행은 남성 상관이 부대 지휘와 통솔을 위해 써야 할 계급을 개인의 원초적 욕망을 채우는 데 악용한다는 점에서 어떤 범죄보다도 죄질이 나쁘다. 송 의원은 국군기무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이를 누구보다 잘 알 만한 사람이다.
문제의 여단장은 47세로 딸뻘인 21세 여하사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의원은 그런 지휘관의 범죄를 '외박도 안 나가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욕구를 해소하지 못해 생긴 일'로 이해해 주자고 했다. 그는 이날 피해자를 위로하는 말도, 여단장을 질타하는 말도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가 피해 여군이나 그 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봤는지,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라도 그런 발언을 할 수 있을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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