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피오리아(애리조나), 이대호 기자] 한 세대를 풍미했던 전략 시뮬레이션 PC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E 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가 있었기에 한국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한 프로게이머는 '2등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는데, 출중한 실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준우승만 거듭했기에 나온 별명이었다. 최근 방송가에서 맹활약중인 홍진호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야구 판에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하는 선수가 많이 있다. 두산 베어스 김현수(27)도 그 중 한 명이다. 김현수는 스타크래프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시절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남학생들이 그렇듯이 김현수 역시 게임에 매료됐다. 당시를 떠올리며 김현수는 "게임에 접속하면 20승은 해야 끌 정도였다. 좋아해서 즐겼는데, 시력이 나빠지는 것같아 당장 끊었다"고 말했다.
김현수 역시 준우승 전문이다. 김현수는 "이상하게 중학교 때부터 준우승만 계속 하고 우승은 별로 없었다. 중학교 때는 전국대회 결승에서 5회까지 우리 팀(신일중)이 노히트노런을 하고 있었는데 결국 졌다. 그때 상대편이 강정호(무등중)였다"고 회상했다. 아마추어 시절 큰 우승경력이 없었던 김현수는 프로에 와서도 3번이나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했다.
물론 김현수도 우승 경험은 있다. 중학교 시절 전국체전이다. 그렇지만 김현수는 "보통 전국체전은 큰대회 우승으로 안 쳐준다"고 말한다. 홍진호 역시 이벤트전에서는 12번이나 우승을 했던 경험은 있었다.
당연히 김현수의 올해 첫 번째 목표는 우승이다. 두산은 2000년대 중반 세대교체 시기를 겪고 2007년부터 2008년까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 전성기를 열었다. 그리고 그 주역은 김현수였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두산은 8번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3번이나 진출했는데, 김현수는 그 중심에 있었다.
그리고 김현수에게 한국시리즈는 아픔의 역사다. 2007년 정신없이 한국시리즈를 보냈던 김현수는 2008년 팀 주역으로 우승에 도전했지만 3차전과 5차전 9회 만루에서 끝내기 병살을 치면서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타율 3할3푼3리 1홈런 2타점으로 활약했지만 팀은 거짓말같이 3승 1패에서 내리 3연패를 당했다.
김현수에게 한국시리즈는 아픈 기억이지만,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도 됐다. 김현수는 "한국시리즈 만루에서 난 좋은 공이 들어오면 또 초구를 칠거다. 그렇지만 (2008년처럼) 무작정 치지는 않는다. 무조건 실투가 들어와야 칠거다. 먼저 흥분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 있는데, 예전에는 나도 모르게 흥분했었다. 평범하게, 대신 차분하게 승부를 펼치겠다"는 생각도 밝혔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김현수, 하지만 그는 "FA도 중요하지만 우승이야말로 정말 하고싶다. 준우승은 이제 그만 하고싶다"라고 말한다.
FA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해외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물었다. 김현수는 이에 대해 "만약 내가 올해 야구를 잘하고, 나를 원하는 해외구단이 있다면 생각을 해 보겠다. 내가 잘하면 스카우트들이 좋게 볼 것"이라면서도 "만약 팀 우승을 하고 간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피오리아(애리조나)=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