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연말정산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매월 원천징수를 할 때 적게 징수했기 때문에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거나 오히려 추가로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지 소득세를 더 거두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필자처럼 재정경제부에 오래 근무한 사람들은 바로 수긍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 국민 입장에서 보면 매달 찔끔찔끔 덜 거둔 것은 거의 느끼지 못할 수준이었는데 연말에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 환급액은 12개월치만큼 한꺼번에 줄어들 때 훨씬 아픈 것이 당연하고 반발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우화에 나오는 원숭이 취급을 한 것, 경제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과를 얻으려면 푼돈을 모아서 목돈을 만드는 것이 요체인데 목돈을 헐어서 푼돈으로 만들어 경기 활성화에 역행하는 일을 한 것에 대해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세제(稅制)는 오래된 것이 언제나 좋다'는 재정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명제를 무시하고 연말정산과 관련된 제도를 너무 많이 바꾸어 국민이 컴퓨터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만든 것도 국민의 분노를 증폭시킨 요인이다. 오랜 수고 끝에 추가로 세금을 더 내야 한다거나 환급액이 예년에 기대할 수 있었던 금액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결과를 얻었을 때의 실망감은 쉽게 분노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대가도 치러야 할 것이다.
당정은 상반기 중에 한 번 더 정산할 기회를 주고 결과적으로는 예년에 기대할 수 있었던 '13월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1년간 덜 거둔 만큼 연말정산에서 덜 돌려주어야 본전이라도 하는 정부로서는 그만큼 추가적인 세수(稅收) 결함을 각오해야 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성장 부진으로 박근혜 정부 5년간 정부 출범 시에 예상했던 것보다 112조원이나 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지출은 25조원이나 늘어날 것이라는 상황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세금이라는 것이 더 거두고 싶다고 더 거둘 수 있다면 나라를 경영하는 일이 뭐 어려울 것이 있겠는가? 세금은 더 거두는 것이 아니라 더 걷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지금부터라도 명심하기를 바란다. 국민이 취직이 잘 되고 월급이 올라가게 해 주면 소득세는 저절로 더 걷힌다. 장사가 잘되게 해 주면 법인세와 부가세는 저절로 더 걷힌다.
제일 쉬운 일부터 시작하자. 인위적으로 가격이나 요금을 깎아서 세입의 원천인 기업의 이익을 줄이는 일만 하지 않아도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통신·전력·금융 등이 대표적 예인데 기회만 있으면 요금·수수료를 깎곤 하는데 이렇게 해서 증발한 기업의 이익과 그래서 상실된 법인세와 부가세를 한 번 계산이나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다음으로 이미 거두고 있는 돈을 안 거두거나 덜 거두는 일은 앞으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덜 거두는 것은 쉬운데 나중에 더 거두는 것은 사실은 더 거두는 것이 아닐 때에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번에 얻은 교훈이 아닌가? 무상 보육, 무상 급식,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반값 대학 등록금 등이 전형적인 예이다. 다시는 이런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적절한 계기가 있을 때 다시 대가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전을 포함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비용부터라도 세금이 아니라 요금으로 거두는 시도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 많은 국민은 공짜나 싼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원한다. '무상(無償)'의 혜택을 어려운 계층에는 계속 주더라도 비용을 더 부담해도 좋으니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공급해 달라는 국민에게는 그것이 가능하도록 해 주자.
각종 '무상' 시리즈로 국민의 환심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 안전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값싸게 제공할 방법은 없다는 것을 그렇게 모르겠는가? 개인이 부담하던 것을 다 면제해 주고 그렇지 않아도 여유가 없는 재정으로 부담하려고 할 경우 최대한 단가를 억누를 수밖에 없게 되고, 그 결과 질과 안전을 확보할 수가 없게 된다. 싸게 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은 쉽게 잊히고 안전사고 한 번만 터지면 증오로 바뀐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가?
지금 물가는 디플레가 우려되는 1.5% 수준까지 안정되어 있다. 가격이나 요금을 인위적으로 깎아서까지 남의 소득과 이익을 줄이고 세금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할 정도로 물가가 문제인 상황이 아니다. 무슨 비용이든 직접적인 수혜자로부터 받는 것이 저항이 가장 덜하다. 요금이나 가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세금으로 충당하겠다고 해서 조세 저항을 자초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자.
입력 2015.01.26. 03:0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