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281m 높이에 자리 잡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가 해안 도시만큼이나 기후변화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7년 이후 카트만두를 둘러싼 히말라야 산맥 빙하의 3분의 1이 녹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히말라야 빙하의 상당 부분이 녹아 사라지면서 7000만명 이상이 물 부족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바다 위에 떠있는 거대한 빙산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빙하는 높은 상공에 제트기류를 형성해 열대 계절풍을 약화시켜 건기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빙하가 사라지면서 우기가 늘어나 1인당 국내총생산(GDP) 700달러(약 75만4600원)의 가난한 나라 네팔의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람 샤란 마하트 네팔 재무부장관은 관련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가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올해 네팔의 GDP가 0.5%를 잡아먹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월드뱅크)에서 네팔과 방글라데시 당당 업무를 총괄하는 요하네스 주트 국장은 관련 인터뷰에서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것은 기후 변화에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빙하의 유실은 기후변화뿐 아니라 심각한 환경오염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강과 하천으로 녹아 유입되는 빙하의 양이 줄면서, 카트만두 시민이 종교(힌두교)적 이유로 신성하게 여기는 바그마티강도 물고기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오염됐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전력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수력발전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겨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촛불을 켜고 지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만두 인근에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양파와 감자를 팔아 생계를 꾸리는 올해 38살의 농부 람 샤란 우프레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날씨가 예전과 다르다”고 푸념했다. 그는 3년 전 극심한 가뭄으로 애써 가꾼 작물이 모두 말라 죽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우프레티는 “세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있다”면서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삶을 대물림해주고 싶지 않아 자녀들은 카트만두가 됐건 해외가 됐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