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로봇 '베이맥스' 얼굴이 한국 불교의 목탁과 많이 닮았죠? 여성 엔지니어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 체형에 배두나씨의 외모, 헤어스타일, 태도 같은 것들을 많이 참고했지요."
오는 21일 개봉하는 디즈니의 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김상진 캐릭터디자인 수퍼바이저는 "아무래도 한국인이다 보니 캐릭터를 만들 때도 동양적 느낌이 들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베이맥스는 입도 없어요. 많은 걸 생략하고 여백을 준 캐릭터에서 선(禪)적인 느낌까지 들지 않나요?"
'빅 히어로'는 천재 엔지니어 형제 '테디'와 '히로', 그들이 만든 사랑스러운 수퍼 영웅 로봇 '베이맥스'의 시끌벅적한 모험 이야기. 미국에선 지난해 11월 개봉 때 '인터스텔라'를 밀어내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영화의 스피드광 여성 캐릭터 '고고'는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캐릭터다. 김씨를 비롯, 테디 목소리를 맡은 배우 다니엘 헤니, 돈 홀 감독과 로이 콘리 프로듀서 등이 14일 한국을 방문했다.
김씨는 작년 초 돌풍을 일으킨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와 애나도 디자인했다. 그래서 한국 팬들 사이에서 별명이 '엘사 아빠'. 고교 때 색맹인 걸 알게 돼 화가의 꿈은 접었지만, 독학으로 디자인을 공부해 TV 애니메이션 회사의 말단부터 디즈니 캐릭터 디자이너의 최고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캐릭터는 외형이 단순할수록 사실적 표현이 더 어렵다"고 했다. "베이맥스도 겉은 퉁퉁한 마시멜로나 호빵처럼 보이지만 그 속의 뼈대와 동작 메커니즘까지 꼼꼼히 설계해 표현했어요. 그 질감 역시 비단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가장 단단한, 세상에 없는 재질이지요."
'빅 히어로'는 아이언맨 등 수퍼영웅물의 명가 '마블 코믹스' 원작 디즈니 영화로도 관심을 모았다. 김씨는 마블 원작과의 차이를 묻자 "열아홉 살 딸이 펑펑 울고 와선 '영화를 왜 이렇게 슬프게 만들었느냐'고 묻더라"고 답했다. "사실 마블 영화를 보면서 울지는 않잖아요? 제목과 캐릭터는 가져왔지만 액션과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을 함께 품은 디즈니 영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