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수첩에 적힌 '(청와대) 문건 파동 배후는 K(김무성), Y(유승민)' 메모 논란이 해당 발언을 한 것으로 지목된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과 발언을 김 대표에게 전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간의 진흙탕 공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음 행정관은 14일 이 전 비대위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언제 내가 배후라고 했나, 폐쇄회로(CC)TV 구해봐' '내 카카오톡에 네가 청탁한 게 있더라. 공개할까' '방송 잘 볼게' 등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비대위원은 본지 통화에서 "음 행정관이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와 황당했다"며 "내가 무슨 청탁을 했는지 되물었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했다.

이에 음 행정관은 "14일 아침 카카오톡으로 이씨에게 이런 내용의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다"며 "전날 같은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씨가 CCTV 공개를 말하기에 그런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음 행정관은 이 전 비대위원이 청탁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지만, 이 전 비대위원이 종편 출연 등과 관련해 청탁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청와대 음 행정관은 14일 사표를 냈고 청와대는 곧 면직 처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그는 "공직자로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표를 제출했지만 그런 말(김대표 수첩 메모 내용)은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맞서 이 전 비대위원은 "음 행정관이 그런 말을 한 게 맞다"고 재확인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번 사건이 당·청(黨靑) 갈등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의 지난해 12월 18일 술자리는 애초 음종환·이동빈 행정관과 음 행정관의 지인 세 사람이 만나는 자리였다.

저녁 식사 도중 대통령 주재 회의를 마친 신용한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과 청년위원인 손수조씨가 음 행정관과 통화하다가 합류했다. 음 행정관의 지인은 자리를 떴고, 나머지 사람들이 술집으로 자리를 옮긴 다음 이 전 비대위원은 손수조씨와 연락이 닿아 밤 11시 40분쯤 합류했다고 한다. 이 중 음 행정관과 이 전 비대위원, 신 위원장, 손씨 등 네 사람은 서로 잘 아는 사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이동빈 행정관은 그날 처음 봤지만 나머지 세 사람과는 친한 사이로 1년에 서너 번 봤다"고 했다. 음 행정관도 "서로 친한 사이"라고 했다. 술자리는 다음 날 새벽 1시 40분쯤 파했다고 한다.

이 전 비대위원은 "내가 도착하자 음 행정관은 나에게 '방송에서 마음대로 말하면 안 된다'고 훈계조로 말했다"며 "문답이 오가는 와중에 '문건 파동 배후가 누구냐'고 묻자 음 행정관이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언급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씨는 "음 행정관이 근거를 구체적으로 대지는 않았다"며 "음 행정관이 내가 방송에서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말하는 것에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면서 '방송 출연을 못 하게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 제 입장에선 협박조로 들렸다"고 했다.

하지만 음 행정관은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얘기는 전혀 안 했다"며 "내가 방송 출연을 못 하게 할 힘이 어디 있나. 그런 협박성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동석했던 신용한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김무성·유승민이 배후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저부터도 의아해했을 것"이라며 "음 행정관과 이씨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다.

손수조씨도 본지 통화에서 "저는 먼저 자리를 떴지만, 제가 있을 땐 그런 얘기가 전혀 나온 바 없다"며 "(음 행정관은) A를 얘기하고, (이준석씨는) B라고 (잘못) 알아들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가 음 행정관의 사표를 받고 면직 처리하기로 한 것은 파문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당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것인 만큼 김 대표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없도록 사태를 처리한 것"이라고 했다.

TV조선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