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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피부의 여성이 섹시한 검정색 비키니를 입고 양 팔을 모아 힘을 주면 가슴과 팔에 울퉁불퉁한 근육들이 솟아난다. 마치 액션배우 이소룡의 몸을 연상케 하는 이 여성은 놀랍게도 59세의 여성 보디빌더 오영(코치아카데미 소속)씨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오씨가 운동을 시작한지 7개월 만에 보디빌딩 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보디빌딩을 시작한 오씨는 3개월 후인 4월 첫 출전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3위에 입상했다. 이어 5월에 열린 대회에서 2위, 그리고 8월 ‘YMCA 보디빌딩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을 했다. 운동을 시작한지 7개월 만에 평범한 전업주부가 역기를 들기 시작해 탄탄한 복근과 조각 같은 근육을 가진 몸짱 아줌마가 된 것이다.

그녀는 어떻게 짧은 시간동안 이런 몸을 만들 수 있었을까? 담당 코치 하용인(39·전 보디빌더 국가대표)씨는 오씨가 “강도 높은 훈련을 젊은 여성들 보다 더 잘 이겨낸다”며 “50대 후반의 나이라곤 도저히 믿기기 힘들 만큼 신체적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스스로 자신을 “국내 최고령 여성 보디빌더(Body builder)”라고 소개한 오씨는 기자 앞에서 일반 남성들도 들기 어려운 100kg의 역기를 거뜬히 들어 보이기도 했다.

보디 빌더 오영씨가 덤벨(Dumbbell)을 들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그녀는 젊었을 땐 한 번도 운동을 한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러던 그녀가 50대로 들어서면서 같은 또래 여성들처럼 갱년기를 맞았고 우울증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때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동네 헬스클럽을 찾아갔다. 그곳에선 무료로 필라테스(Pilates)를 가르쳐주었고, 오씨는 2년 동안 필라테스를 꾸준히 운동한 결과 우울증 극복은 물론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필라테스 운동을 하던 중 몸매 관리를 위해 다른 헬스클럽을 찾아간 오씨는 벽에 걸려있던 한 외국 여성 보디빌더의 사진을 보게 됐다. 사진 속 여성 보디빌더는 양손에 25kg짜리 아령을 들고 있었고, 말(馬)처럼 우람한 팔 근육을 자랑하며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반한 오씨 자신도 탄탄하고 건강미 넘치는 몸매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되어 보디빌딩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했다.

오영씨가 2014년 1월 보디빌딩을 시작하기 전 사진(왼쪽)과 최근 촬영한 보디빌더 프로필 사진(오른쪽).

원래 대전이 집인 그녀는 요즘 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훈련을 하기 위해 서울에서 운동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집을 떠나 분당에서 살고 있는 딸의 집에서 서울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전에 있는 오씨의 남편은 처음엔 못마땅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대회에서 우승까지 한 뒤 남편이 너무 뿌듯해하고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남편뿐 아니라 늦은 나이에 무슨 운동을 하냐며 비난했던 주변 사람들도 지금은 열심히 운동한다고 했다.

그녀는 "보디빌딩은 내 삶의 터닝포인트(Turning point)가 되었다"고 했다. 오씨는 운동을 통해 20대 때보다 더 아름다운 몸매를 갖게 되었고, 50대에 발생하는 관절염이나 오십견 등 퇴행성 질환 때문에 고생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다"라고 했다.
그녀의 다음목표는 내년 4월에 열리는 대회에서 여성 보디빌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이다. 또 세계 여성 최고령 보디빌더(현재 78세)를 뛰어넘어 80세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