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의 국력은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유해 자국을 지킬 수 있느냐로 판가름돼 왔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이는 현대에서는 새 기준이 요구된다. 즉 해외로 얼마나 병력을 효율적으로 파병할 수 있느냐가 그 나라 국력이다.
대한민국은 해외 파병 덕택으로 국난을 극복했다. 1964년 첫 해외 파병인 베트남 파병을 통해 국력 신장의 기반을 마련했다. 베트남전쟁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70년대 중동 건설 붐에 합류했고, 결국 대한민국 경제 건설의 견인차가 됐다.
대한민국은 1991년 걸프전을 시작으로 해외 파병에 나섰다. 그해 9월 유엔(UN) 가입 후 UN 평화유지군(PKO) 활동에 본격 참가해 아프리카·중동 등 분쟁 지역에서 주민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파병 임무는 정전 감시 임무부터 난민 보호, 재해 복구나 국가 재건까지 광범위하다.
파병부대 장병들은 대한민국 족적을 전 세계에 남기고 주재국에 한류를 퍼트리는 군사 외교관이 된다. 파병부대의 태권도·한글 교육은 친한(親韓) 인사를 키워내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한다. 이런 문화적 접근을 통해 주재 국민 마음을 얻는 접근 방식이야말로 21세기 전쟁 양상이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볼 수 있듯이 전방도 후방도 없는 제4세대 전쟁에서 민심의 향방은 전쟁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해외 파병은 재외 국민을 지키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이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1년 1월 삼호쥬얼리호가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을 때 아덴만으로 파병돼 인질을 구한 청해부대다. 구난 구조를 위한 파병도 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단비부대, 최근 필리핀 태풍 피해 복구를 마친 아라우부대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렇듯 해외 파병은 국력을 확장해주는 소중한 장이다. 현재 레바논에 동명부대, 남수단에 한빛부대, 소말리아에 청해부대, UAE에 아크부대가 파병 중이다.
국제사회 지지 속에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는 해외 파병을 통해 국제 기여를 하면서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해외 파병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이라고 한다. UN PKO 활동 외에도 다국적군이나 국방 협력 활동 참여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일부 의원은 다국적군도 UN 안보리 결의가 있어야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파병은 국력을 키우고 통일도 돕는 일이다. 이를 돕지는 못할망정 막지는 말았으면 한다.
입력 2015.01.12. 03:00
100자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