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 기자] 영화 '써니'는 특별한 영화다. 4년 전 개봉한 이 영화는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하는 20대 여배우 여럿을 배출했다. 특히 지난해 그들의 활약은 빛났다.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 드라마 '미생'의 강소라, 영화 '한공주'의 천우희 등이 주인공이다. 다음 주자로 도움 닫기를 하고 있는 이가 있다. 지난 달 종영한 SBS 드라마 '사랑만 할래'의 김예원이다.

그는 '사랑만 할래'를 통해 통통 튀는 발랄함을 보여줬다. 가족극으로 출발해 점점 답답한 '막장극'으로 흘러간 작품이었지만, 시댁에서도 제 할말을 다하는 홍미래(김예원)은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종종 거짓말을 하고 유치한 질투를 부리지만, 밝고 씩씩한 면도 있다. 김예원의 표현에 따르면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다.

현재는 뮤지컬 '올슉업'에 출연 중이다. 지난해 뮤지컬 '디셈버'로 처음 무대를 맛봤고, 벌써 세 번째 무대다. '디셈버' 당시에도 현대무용을 했던 터라 몸놀림이 아름답고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래도 곧잘했다. 정작 그는 "문화충격이었다. 뮤지컬 데뷔작이라기엔 '디셈버'는 너무 큰 작품이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운이 따라줬어요. '디셈버'는 김광석 선배님의 노래들로 뮤지컬 넘버들이 이뤄졌는데, 파워풀한 가창력보다는 감성적인 목소리와 연기력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어요. 카메라 앞에 선 지 8년이 됐는데도, 익숙하지 않았어요. 연출님에게 많이 여쭤봤죠.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처럼만 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올슉업'은 또 다른 도전이었다. 연기, 음악, 안무 다 달랐다. 작품 외적으론 주인공 메건리의 갑작스런 불참 사태로 뒤숭숭해진 적도 있었다.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였는데, 빈 자리가 있긴 했다"며 "어쨌든 관객들에게 좋은 무대를 선물하는 것이 배우의 책임이니까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에너지 넘치는 정비소 아가씨 나탈리로 자연스럽게 분했다.
김예원은 이처럼 조주연 할 것 없이 영화, 드라마, 단막극, 뮤지컬 등을 활발하게 오가는 20대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지난해에는 총 3개의 뮤지컬과 2개의 드라마를 했다. 탄탄한 기본기는 물론 다양한 작품 경험과 왕성한 활동은 그의 강점이었다. 경력을 성실히 쌓아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이, 여느 20대들과 똑같았다.

그렇다면 갓 사회에 입문한 20대들이 겪듯, 사회 생활이 힘들고 외로운 날도 있을 터. 그에겐 힘이 돼 주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특히 '써니'에 함께 출연한 천우희는 닮은 꼴 친구였다. 동갑내기인 데다 성격도 비슷했다. '써니' 이후 날들을 두 사람은 공유했다. 때문에 지난해 12월 천우희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을 때 함께 울었다.

"정말 울컥햇어요. 그저 응원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같이 서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천)우희가 출연한 '한공주'가 개봉했을 때 혼자 극장을 갔어요. 영화가 끝나고 천우희란 이름이 화면에 뜨는데 감정이 복받쳤어요. 영화를 찍은 과정을 전해 듣기도 했고, 힘들단 말을 굳이 말 안해도 어려운 소재를 다룬 영화였으니까요."

그는 '진작에 주목 받아야 하는 배우'라고 힘주어 표현했다. 그리고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김예원본인에게도 어울리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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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