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배우 이정재씨와 대상그룹 임세령 상무의 교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함께 세간의 화제에 올랐던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
이제껏 알려진 이정재씨와 이혜경 부회장, 임세령 상무의 관계를 요약하면 이렇다. 이정재씨가 과거 부동산 시행사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남편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씨의 시행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했고 ▲이는 이 부회장과 이씨의 친분 등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친분은 임세령씨가 이 부회장을 이정재씨에게 소개하면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과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복잡하게 섞여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2009년 이정재씨는 시행사인 ‘서림C&D(제이엘앤컴퍼니로 후에 이름을 변경)’를 만들어, 서울 삼성동에 라테라스라는 고급 빌라를 건립하기로 한다. 이씨의 고등학교 동창이 부지를 매입해 같이 시행업을 해보자고 제안한 것을 이씨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씨는 이 회사의 지분 35%를 취득하고, 공동 대표로 사업에 참여한다. 평소 디자인과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빌라 인테리어 등을 설계하는 역할을 하기로 하고, 이때 라테라스 부지 매입대금의 일부를 직접 부담한다. 시공사로는 동양건설과 손을 잡았다.
그런데 이 빌라 사업이 잘 안 됐다. 분양률도 낮았고, 빌라 건설의 세부조건을 두고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의견 대립도 있었다고 한다. 보통 분양이 잘 안 되면 시행사는 큰 빚을 떠안게 돼 재무적으로 힘든 상황을 맞게 된다. 시공사는 돈을 떼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기업 동양이 이 시행사에 재무적 특혜를 베푼다. 190억원이 들어간 공사비를 받지 못한 상황임에도, 시행사에 준 대여금 160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줬고, 시행사가 진 100억원 가량의 채무를 손실처리해줬다. 2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도 서줬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동양이 왜 저렇게까지 시행사를 도와주느냐는 것이었다.
이후 동양사태가 터지며, 이 일이 수면위로 드러난다. 당시 일부 언론에서는 이 부회장이 남편인 현재현 회장과 실무진의 반대에도 지속적으로 이씨 시행사에 대한 지원을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임에도 돈을 퍼주기식으로 시행사에 가져다줬다는 것이었다. 이 부회장과 이씨의 친분이 이런 돈 관계를 불러왔다는 내용의 증권가 정보지 등도 나돌았다.
이씨 측에선 펄펄 뛸 일이었다. 실제 이씨의 소속사 측에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지난 1일 이씨의 소속사인 씨제스 엔터테이먼트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씨가 ㈜동양으로부터 빚 탕감을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혜경 부회장과도 관련이 없다. 이씨는 2012년 11월부터 라테라스의 시행사나 ㈜동양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2013년 10월에 발생한 ㈜동양 사태와도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씨 소속사에 따르면 이씨가 이 사업에 손을 떼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2011년 초였다고 한다. 인테리어 등을 놓고 시공사 등과의 마찰로 이씨가 힘든 시간을 보냈고, 시행사 내에서도 이씨는 실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씨는 당장 사업에 손을 떼고 싶었지만, 투자한 돈 때문에 쉽지 않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시공사인 동양 측에서 이씨 대신 시행사를 맡아줄 사람을 구할 때까지 이씨에게 남아달라고 얘기했다는 게 이씨 소속사의 설명이다.
당시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도 동양 측에서 이씨를 쉽게 놔줄리 없었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당시 이 사업은 ‘이정재 빌라’ 등으로 홍보된 탓에, 이씨가 손을 떼는 것은 빌라 분양 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씨가 디자인 등에 참여했다는 것을 무기 삼아 홍보했는데 이씨가 빠지는 것을 건설사가 원할 리 없다”고 했다.
이는 동양이 이정재씨를 홍보의 매개로 삼아 빌라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이씨의 시행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을 계속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그 근거로 이씨의 소속사측은, 동양 측에서 미분양이 해결될 때까지 이씨 측에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얘기한다. 이런 얘기가 공개적으로 나돌면, 결국 분양률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동양 측이 들었다고 한다.
이씨 역시 사업에 손을 댔고, 자신도 그 빌라에 거주하고 있어 그런 입장을 취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빌라에는 현재 이씨 외에도 이씨와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배우 정우성씨 그리고 같은 소속사인 가수 박유천씨가 살고 있다. 처음 30% 를 밑돌던 분양률은 최근 계약이 늘어나며 공실 2곳을 제외하고 모두 분양이 됐다.
이씨가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2012년 11월 경이다. 이씨 측은 이 당시 주식 등을 모두 정리했다고 했다. 분양을 6개월 여 앞둔 시점이었다. 그런데 전자 공시를 확인한 결과, 2012년 12월 31일까지 이정재씨는 이 회사의 지분 35%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속사 측은 “11월에 이미 이전 작업을 마쳤으나, 이를 받는 측에서 제대로 등기하지 않아 공시가 잘못 나타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몇몇 언론은 이 부회장과 이정재씨 사이에 다리를 놔준 것을 임세령씨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초에 동양이라는 건설사를 끌어온 것은 이정재씨의 동업자 A씨였으며, 이씨는 인테리어 관련 설명회 때 이 부회장을 1번밖에 본 적이 없다는 게 이씨 측 주장이다.
건설사에 동양건설이 낙점된 것 역시 순전히 사업상의 이유였다고 이씨 측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이씨의 시행사는 건설사 10곳과 접촉하고 동양을 파트너로 선정했다”며 “동양이 당시 강남 지역에 고급 빌라를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어서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이라고 했다. 동양을 파트너로 선정한 것 역시, 이정재씨가 아니라 이 부지를 매입하고 시행사 사업을 했던 다른 대표 A씨였다고 한다.
이 부회장과 이씨의 관계에 대한 소문이 증폭된 것은 둘 다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등의 공통점을 가진 것이 원인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실내 장식에 관심이 있고, 이씨 역시 연예계에서 인테리어 쪽에 박식하기로 꽤 이름이 나 있다.
이씨 측 해명이나 부동산 업계의 전언을 종합하면 그동안의 여러 설들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다만 아직도 동양이 왜 이씨 측 시행사에 특혜에 가까운 자금 지원을 했는지는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는다. 동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외부에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며 답할 내용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