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기자]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은 자신의 본명보다 '지메시'라는 찬사 가득한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이자 남녀를 통틀어 FIFA 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한 발군의 재능과 기량을 갖춘 지소연은 자신의 해인 을미년 청양의 해, 어느덧 한국 여자 축구의 간판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모습 너머에는 활발하고 털털한 소녀 지소연이 있었다.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인근에서 지소연을 만났다. 직접 만난 지소연은 시원하게 웃고 거침없이 말하는, 아직 앳되고 풋풋한 여동생 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인터뷰보다 수다에 더 가까웠던 기자와의 대화를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지소연을 보다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 키워드, 런던 '2014년 지소연이 가장 잘한 일은?'
2014년 한해 지소연의 활약은 말그대로 눈부셨다. 영국 명문 클럽인 첼시 레이디스에 입단해 19경기 9골을 기록하며 소속팀이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소연 입단 전인 2013시즌 첼시 레이디스는 리그 7위팀이었다.
2014 아시안컵 4위,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등 한국 여자 축구가 거둔 국제대회 성과에서도 지소연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안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은 지소연은 활약상에 대한 칭찬에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나는 결코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색'한 지소연은 자신이 2014년 잘한 일로 순조롭게 영국 생활에 적응한 것을 꼽았다. 지소연은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는 법이다. 일본에서 적응할 때도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래도 그 나라에 가서 문화에 적응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영국에 가서 지내며 자연스럽게 적응한 것이 가장 잘한 일 같다. 적응을 잘하고 시즌도 잘 보내고, 팀 순위도 많이 올라가고 챔피언스리그도 가서 뿌듯하다"며 슬그머니 미소를 보였다.
영국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한 지소연은 팀 동료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첫 시즌을 보냈다. '눈치만 4년차'라며 말이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다는 지소연은 휴식 시간마다 시내로 놀러나가 쇼핑도 하고 파티도 하면서 '런더너' 생활을 즐기고 있다.
"동료들이 영화를 보러가자고 하더라. '아직 준비가 안됐다'며 거절했더니 화면만 보라는 거다. '말레피센트'를 보러가자고 했는데, 정말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싫다고 했다"는 지소연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올해는 꼭 같이 영화보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영어 공부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
한 마디라도 더 영어로 말할 수 있도록, 지소연은 통역도 거절하고 영국에서 1년을 보냈다. 일본에서 3년 동안 통역 없이 지내며 일본어가 많이 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몸으로 부딪히는' 도전을 다시 하고 있는 셈이다. 지소연은 "이번에 가면 과외도 하고 수업도 들으면서 영어 공부 정말 더 열심히 할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 키워드, 윤석영 '친구지만 친구아닌 친구같은 너'
런던 생활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뛰고 있는 윤석영(25)이다. 해외파 선수 중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지소연은 "석영이"라고 즉답했다. 같은 런던에 있다보니 둘은 죽마고우처럼 가까워졌다. "석영이는 착하다. 착해도 정말 너무 착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지소연은 은근한 표정을 지으며 "사실 석영이가 오빠다. 나는 빠른 91인데 석영이는 빠른 90이다"라고 털어놨다.
"런던에서 같이 밥먹으러 가다가 갑자기 '너 그거 알아? 내가 너보다 오빠야' 그러길래 무슨 소리냐고 그랬다. 알고보니 빠른 90년생이라더라. 그런데 김승규(25)가 나와 친구고, 석영이와도 친구라서 시작부터 '꼬였다'"고 설명한 지소연은 "운전 못한다고 구박도 많이 하는데, 석영이가 '나를 구박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기막혀하더라. 영광인 줄 알라고 했다. 진정한 친구라고(웃음)"
이처럼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는 '절친'인 만큼, 윤석영이 QPR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 지켜보는 지소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것은 당연하다. 지소연은 "나는 그 때 경기를 뛰고 있었고, 석영이는 아니었으니까 내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위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너 왜 이적 안하냐, 생각 좀 하고 있어? 라고 묻기도 했다"며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벤치 신세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당시의 윤석영을 떠올렸다.
"그런데 석영이가 그러더라. '여기서 열심히 해서, 내가 해리 레드냅 감독님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항상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내가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배웠다"고 이야기한 지소연은 "지금 다치기는 했지만 결국 석영이에게 기회가 왔다. 스탬퍼드 브릿지에서 뛰는 걸 보면서 감동이 밀려오더라. 이적 안하길 잘한 것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윤석영은 지난해 11월 2일(한국시간) 스탬퍼드 브릿지서 열린 첼시전 원정경기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 2편에서 계속
파주=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