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PD·작가·스태프들이 제작
엠넷 '슈퍼스타K2'·'댄싱9' PD들과 MBC TV '위대한 탄생', SBS TV 'K팝스타' 작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일가견 있는 스태프들이 뭉쳐 오디션 드라마를 선보인다.

오디션 전성기였던 2010년 '슈퍼스타K2'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엠넷의 뮤직 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극본 신명진 정수현)가 그것이다.

연출을 맡은 '슈퍼스타K' 출신 김용범 PD는 6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칠전팔기 구해라' 제작발표회에서 "오디션 참가자들 중 잘 된 분들도 있지만 잊힌 분들도 있습니다"면서 "그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죠"라고 밝혔다. "이야기에 모티브가 된 그룹도 있는데 나중에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라고 덧붙였다.

소위 운도 없고 어린 나이에 스펙이 없어 기획사에 못 들어가는 타이틀롤 '구해라'를 연기하는 배우 민효린은 "('칠전팔기 구해라'에서 '강순' 역을 맡은) 장영남 선배님 말씀을 빌려오면, 저희 드라마는 1등이 대세가 아니고 실패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더 공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2등, 3등 그리고 4등, 5등도 있다고 알리는 것이 드라마의 포인트죠. 힐링을 할 수 있는 드라마에요."

구해라와 삼각관계로 얽힌 이란성 쌍둥이 형제 '강세종'(곽시양)과 '강세찬'(B1A4 진영)이 '슈퍼스타K2'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극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슈퍼스타K'와 '댄싱9'를 맡기도 한 안준영 PD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면 실제로 러브 라인이 있어요"라면서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사랑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자연스럽게 녹아날 겁니다"라고 알렸다. 한 때 가수로 활동했던 배우 민효린은 구해라 역에 제격이다. 오디션을 볼 때마다 불운이 찾아오는 캐릭터다. "대본을 두 장 넘겼는데 제 이야기 같아서 설렜어요"라면서 "제가 사실 망한 음반이 있어요. 노래를 굉장히 하고 싶었죠. 어디서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며 눈을 빛냈다.

영화 '써니' 등으로 주목 받은 민효린은 배우로 나서기 전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가수로서 연습생 생활을 했다. 소속사를 옮긴 뒤 연기에 주력했고 지난해 다시 JYP에 둥지를 틀었다. '써니'의 '수지' 등 주로 차갑고 도도한 역을 선보인 민효린은 구해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선이 많고 털털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선택했어요"라고 전했다.

이송희일 감독의 독립 영화 '야간비행'으로 주목 받은 곽시양이 1만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남자 주인공 '강세종' 역을 맡았다. 아이큐가 172인 멘사 회원으로 카이스트 바이오 뇌공학과에 재학 중인 캐릭터다. 사실 진짜 꿈은 가수다. 제작발표회 현장이 낯설다는 그는 "열정을 쏟은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룹 '비원에이포(B1A4)' 멤버 진영이 구해라, 강세종과 삼각 관계를 이루게 되는 '강세찬'을 연기한다. 오직 구해라만 바라보는 캐릭터다. B1A4의 또 다른 멤버 바로가 2013년 '응답하라 1994'로 스타덤에 올랐다. 진영은 "사실 바로 보다 앞서 (tvN) 드라마 '우와한녀'에 출연을 해서 바로에게 조언을 많이 해줬었는데 이제는 조언을 받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바로 뿐만 아니라 멤버들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서로 윈윈하고 있죠."

지난해 MBC TV '일밤-진짜사나이'로 스타덤에 오른 '슈퍼주니어-M' 멤버 헨리가 상하이에서 태어나 세계를 떠돌아다닌 '헨리 첸타오'를 연기한다. 헨리는 캐나다 출신 중국인인 헨리의 실제 모습이 그대로 반영된 캐릭터다. "실제로 저 같은 캐릭터에요. K팝 가수가 되려고 한국에 온 인물이죠. 실제로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힘들었는데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줬죠. 운이 좋았어요. 처음으로 한국말로 연기하는데 역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고 있어요."

'칠전팔기 구해라'에는 실제 오디션 출신 스타들이 출연한다. '슈퍼스타K3' 우승팀 '울랄라세션' 멤버인 박광선과 '보이스 코리아' 시즌1 준우승자인 유성은이 주인공이다.

이 작품에서 결벽증이 있는 '장군'역을 맡아 연기 데뷔하는 박광선은 "우승자인데 중간에 탈락하는 이야기라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연기를 하다 보니 초심을 다시 되찾게 되는 것 같습니다"며 즐거워했다. 뚱뚱하지만 노래실력이 뛰어난 '이유리'를 연기하는 유성은은 "노래를 잘하고 열심히 하지만 외모를 보는 현실에 부딪히는 캐릭터로 실제 데뷔 전 제 모습과 같아 애착이 가요"라고 말했다. '칠전팔기 구해라' 오디션에 합격하자마자 "1주일만에 다시 7㎏을 찌우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칠전팔기 구해라'는 '진짜' 뮤직드라마를 강조한다. "기존 뮤직드라마 중에서 음악의 비중이 반도 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습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일단 음악과 이야기가 50대 50이에요. 조금 더 욕심 내면 음악이 55가 될 수도 있겠죠."라고 덧붙였다.

기존 히트곡들이 대거 삽입된다. "최근 '무한도전'의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도 그렇지만 히트곡의 가사가 추억을 떠올리는데 도움이 됩니다"면서 "노랫말이 환기가 되는 측면이 있어서 기존 곡이 많아요"라고 알렸다. 다만 구해라의 아버지가 남긴 유작 등 창작곡도 몇 곡 포함시킬 계획이다.

한국의 KBS 2TV '드림하이'와 tvN '몬스타', 나아가 미국 폭스 TV '글리'와 미국 디즈니 채널 '하이스쿨 뮤지컬' 같은 기존 뮤직드라마와 차별점은 무엇일까. "기존 뮤직드라마가 청소년극으로 성장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칠전팔기 구해라'는 제목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음악을 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20대 중후반까지 연령대가 올라가는 셈이죠. 10대보다는 20대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입니다."

무엇보다 음악과 드라마의 내용이 따로 놀지 않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가사에 맞춰서 감정 신을 구성하려고 했죠. 기존 음악 드라마에 스탠드 마이크도 많이 등장하는데 '칠전팔기 구해라'는 내용 자체가 음악이 될 것"이라고 알렸다.

안준영 PD도 "드라마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음악을 이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면서 "12부작인데 이미 삽입할 곡들의 리스트업이 끝났습니다. 음악이 먼저고 그 안에서 드라마를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다행히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를 잘해서 감정이 잘 전달되더군요"라고 흡족해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PD와 tvN '잉여공주'의 백승룡 PD 등 예능 PD 출신들의 드라마 만들기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작품성과 대중성까지 인정 받고 있는 모양새다.

김용범 PD는 "예능 PD·작가들의 장점 중 하나가 출연자들의 성향을 재빨리 캐치해서 끌어내는 거죠. '칠전팔기 구해라'에도 그런 점이 반영됐어요. 대본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다른 드라마에 비해 좀 더 생동감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고 기대했다.

올해 개국 20주년을 맞은 엠넷이 하연수·'비스트' 용준형·강하늘 주연의 '몬스타'(2013) 이후 두 번째로 선보이는 뮤직드라마다. 9일 밤 11시 첫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