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식 건물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미끄러지듯 들어가자 꽃무늬 장식 가득한 18세기 로코코풍 유럽 귀족 저택의 내부가 등장했다. 1000㎡(약 302평) 정도 되는 전시실에 응접실, 서재, 침실, 식당 등 귀족 저택의 각 공간이 재현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파리, 일상의 유혹'전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디자인 전시가 가질 수 있는 묘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전시다. 세계 유수 디자인 박물관 중 하나인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이 15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소장품을 해외로 가져와 기획한 전시답게 짜임이 훌륭하다. 전형적인 18세기 프랑스 귀족 저택인 파리 로댕 박물관을 본떠 만든 공간에 250여점의 장식예술박물관 소장품을 전시했다.
디자인 소품을 하나씩 뚝뚝 떨어뜨려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그 물건이 쓰였던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지금은 보물처럼 관람하는 물품들이 한때는 일상의 평범함 소품이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드레스룸에 해당하는 '가르드 로브'에선 당시 드레스와 장식 소품 보관함뿐만 아니라 용변용 의자와 비데 같은 가구까지 배치해 그때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당시 스타일로 재현한 채색 벽지, 원뿔형으로 깎은 정원수 모형, 당시 복식 스타일을 보여주는 마네킹 등 자칫 조악해 보일 수 있는 구성 요소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프랑스 유명 공간 전문 디자이너 필립 르노의 손길이 엿보이는 디테일이다.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관람하면 좋을 전시다. 오전 11시 30분 첫 도슨트 설명은 어린이 관람객이 많으면 눈높이에 맞춰 진행된다.성인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 3월 29일까지. (02)584-7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