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 당선 소감]
평론·편집의 즐거움 만나… 뜨거운 에너지 느꼈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는 안 되고 '더' 좋아해야 한다고, 한 선배 편집자는 반복해서 말했습니다. 심드렁한 척했지만 실은 한 번도 허투루 듣지 않았습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문학 편집자로서 다잡아야 할 마음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더'좋아하는 문학이 있거나 없거나 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중요한 저는 4년차 한국 문학 편집자입니다. 작품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에 하루하루를 씁니다. 모태문학이랄까, 저에게 문학은 환경이고 생활이며 직업이고 꿈입니다.
고백건대 저는 김엄지 소설의 독자인 동시에 김엄지의 어떤 소설을 책으로 만들고 있는 편집자입니다. 편집자는 작가와 독자 사이에 있고 평론가도 언뜻, 작가와 독자 사이의 어디쯤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뜩이나 더 좋아하고 싶어 안달 난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만들면서 이 글을 쓰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것이 평론의 본령일 수는 없겠지만 이것은 저의 진심 어린 출발입니다. 글을 쓰며 평론의 즐거음과 편집의 즐거움이 만나 뜨거운 에너지로 변하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개인적인 즐거움을 사회적인 기쁨으로 확장시키는 데 제가 갈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특별히 감사하는 마음은 선배 문학 편집자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책의 사각지대에서 묵묵히, 그러나 놀랄 만큼의 성실함과 한결같은 열정으로 문학을 대하는 선배들을 보며 이 길을 계속 가고 있습니다. 부족한 원고에 기회를 주신 김동식 선생님께는 성실함으로 보답하겠습니다.
▲1986년 대구 출생.
▲이화여대 국문과 졸업.
[문학평론 심사평]
'김엄지 소설의 서사 전략' 문제의식 선명히 드러내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비평 부문에는 모두 15편이 응모하였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응모작의 편수에서 뚜렷한 증가가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응모작의 수준이 높아지고 주제가 다양해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노인 문학의 문제, 공생의 윤리학, 자본주의적 환상과 실재, 21세기의 메시아 등등 매우 다양한 문제의식들과 만날 수 있었다. 한국문학의 위기가 여전히 이야기되는 시절이지만 문학에 대한 젊은 열정들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반가운 소식으로 다가왔다.
본심에서는 심사 대상을 3편으로 압축하여 집중적인 검토를 하였다. 박남현의 '황병승 시의 '백발 소년'들과 시적 인간의 탄생'은 자본주의적 착란의 민얼굴을 드러내는 황병승 시의 기법에 대한 세밀한 독해를 보여주었으며, 임동휘의 '숨은그림 찾기'는 소설가 김숨의 작품을 대상으로 반복적 일상에 숨어있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의 의미를 고찰하였으며, 박혜진의 '없는 얼굴로 돌아보라'는 소설가 김엄지의 작품에 등장하는 의도된 무지(無知)의 축조술을 제시하고 그 사회적 의미를 구명하고자 하였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폭력적인 앎이 지배하는 정보사회의 논리에 맞서 무지의 체험을 전달하고자 하는 김엄지 소설의 서사 전략에 주목하여, 작품에 대한 문제의식과 비평적 안목을 선명하게 드러낸 '없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앞으로 한국문학을 풍성하게 하는 비평가로 성장하기를 기원하며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