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준화 기자] 잘생긴 외모가 콤플렉스인 사람들이 있다. 피나는 노력과 땀으로 일군 성과들이 고스란히 '외모 덕'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배우 고수도 억울한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지난 1999년 데뷔해 15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성숙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간 '고비드'라는 별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지겨울법도 한데, 이제 고수는 이를 극복한 듯하다.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고비드'라는 별명을 언급하자 "감사하다"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과거 이 아름답고도 불편한 별명에 꽤나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누구나 콤플렉스를 극복했을 때 성장하기 마련. 고수 또한 '고비드' 조각상을 깨부수고 진정한 연기의 '고수'로 거듭나고 있다.
고수는 최근 출연한 영화 '상의원'에서 옷 짓는데 천재성을 가진 자유로운 영혼 이공진 역을 맡았다. 그간 진중하고 올바른 이미지를 고수해온 그가 헝클어진 머리에 기장이 짧은 고쟁이를 입고 여성들과 야한 농담을 주고받다니. 그런데 묘하게 어울린다. 반듯한 외모에 이 한량 같은 인물을 잘도 녹여냈다.
조각 같은 외모 때문에 느끼는 콤플렉스를 연기력으로 극복한 것. 그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망가짐도 불사하며 코믹한 장면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고, 극의 후반부에는 진정성 있는 연기력으로 몰입을 도왔다. 선배 배우 한석규와의 맞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극에 웃음을 더하기도 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했다. 어느덧 그는 한석규와 나란히 호흡하며 시너지를 만날어 낼 수 있는 배우로 성장해있었다.
그에겐 그럴만한 충분한 내공이 쌓였다. 그간 드라마와 영화를 통틀어 총 24개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분하고 꾸준하게 경험하고 실력을 다졌다.
고수의 성장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었을까. 최근 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 힘은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고수와 진행한 인터뷰는 질의 응답이라기보다 작품에 대한 토론에 더 가까웠다. 그는 자신이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했던 고민들과 작품에 대한 해석을 이야기 했고, 어떻게 보고 느꼈는지 되묻기도 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캐릭터에 더욱 가까이 가기위해노력하는 배우. 고수는 "카메라를 통해 연기하는 이의 내면까지 비춰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반듯한 외모를 유지하고 있는 그이지만 이제 '고비드'가 아닌 새로운 별명을 지어줘야할 때가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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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화'상의원'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