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반대그룹 회장'을 자처하는 정체불명 블로거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네 차례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과 원전 일부 도면을 인터넷·트위터에 공개했다. 범인은 21일 새벽엔 "한수원이 유출돼도 괜찮은 자료라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자료 10여만 장을 전부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인은 지난 15·18·19일에도 'Who am I?'라는 아이디를 쓰면서 협박 메시지와 함께 한수원 내부 자료들을 유출했다. 유출 자료엔 한수원 임직원들 개인 정보와 일부 원전의 제어 프로그램 해설서, 감속재 계통 등 일부 설비 도면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설비 도면이 공개된 18일에야 인터넷 포털사에 블로그 폐쇄를 요청했고 검찰·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한수원은 "유출된 것은 원전 운전·정비용 교육 자료일 뿐 원전 안전에 타격을 주는 문건은 아니다"는 식의 해명에 급급했다.

범인은 21일 고리 1·3호기를 석 달간 가동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 고리 2호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고리 2호기는 내년 1~3월 정기 정비가 예정돼 있어 가동을 멈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일련의 협박과 문건 공개가 어설프게 진행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한수원은 외부 인터넷과 차단돼 있는 원전 전용망(專用網)엔 바깥에서 침투한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수원 말을 믿을 때가 아니다. 한수원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안일한 조직인지는 그곳 직원들의 온갖 비리 행태를 통해 드러날 만큼 드러났다. 지난 10월 정부 보안 감사에서는 한수원 직원들이 밤에 드나드는 협력업체 관계자들에게 문을 따주는 것이 귀찮다면서 전산망 ID와 비밀번호를 알려주었던 사실이 적발됐다.

2010년 이란에선 악성 코드가 원자력발전소에 침투해 원심분리기 1000대를 고장 낸 일이 있었다. 적성(敵性) 세력이 원전 제어망에 침투해 원전을 고장 내면 도심 폭탄 투하 못지않은 재앙과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 당국이 최고 수사 인력을 투입해 이른 시일 내에 범인을 잡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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