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후 옛 통진당 당원들과 좌파 단체 사람들이 연일 '근조(謹弔) 민주주의'라는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다. 참석자 전원이 약속한 듯 이 피켓을 들었다. 이정희 전 대표 등은 연단에 올라 "민주주의가 송두리째 무너졌다" "독재와 암흑의 시대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이런 집회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 한다.

헌재(憲裁)가 헌정 사상 최초인 정당 해산 심판의 압박감 속에서도 8대1이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해산 결정을 내린 것은 통진당의 종북(從北) 노선만을 문제 삼아서가 아니다. 헌법 8조가 정당 해산 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에 해당한다고 본 것도 해산 결정의 주요 이유 중 하나다.

통진당과 그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지난 몇 년간 보여온 행태를 돌이켜보라. 주사파 계열의 NL(자주파) 집단이 평등파(PD)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한 이후 통진당에서는 시대착오적인 부정(不正)과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통진당을 장악한 이석기 전 의원과 그를 중심으로 한 경기동부연합은 2012년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과정에서 광범위한 부정을 저질렀다. 이 전 의원처럼 통진당 내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부정 경선을 통해 국회의원까지 됐고, 이번에 종북 콘서트로 문제가 된 황선 같은 사람마저 비례대표 예비 후보에 올랐다. 이정희 전 대표는 야권 단일 후보 경선 때 조직적 부정을 저질렀다가 후보직 사퇴까지 했다. 이런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는 생중계 속에서도 머리채를 잡아끌고 각목이 난무하는 충격적 폭력 장면을 보여줬다. 민노당 시절부터 이 당 소속 의원들은 툭하면 국회에서 기물을 부수는 등 폭력을 휘둘렀고, 급기야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는 일까지 저질렀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물음은 그들이 자초(自招)한 것이다. 당내 경선은 물론 총선에서도 자유·비밀투표라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훼손했다. 이런 사실은 이들과 함께 당을 하다가 결국 통진당을 떠난 유시민·노회찬 같은 사람의 증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당 핵심들은 간첩 사건으로 기소된 사람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조차 막았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 온 이 사람들은 지금까지 당을 장악해 돈과 조직을 좌지우지해왔다. 이 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 국고보조금으로, 지난 3년간만 163억원이나 됐다. 작년 5월 RO(혁명 조직)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바로 이런 일을 주도해온 통진당 핵심들이었다.

우리 사회 일각에는 민주국가에선 아무리 일탈한 정당이라도 유권자에게 존속 여부에 대한 선택을 맡기거나 공론의 장(場)에서 걸러지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통진당 세력은 앞으로 바로 이런 정서에 기대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통진당 세력은 최루탄으로 건전한 공론(公論)이 형성되는 걸 방해하고, 폭력과 부정 선거로 당내(黨內)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민주주의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다 누리면서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 민주주의 파괴의 주역들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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