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현민 기자] 주조연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고 무색할 정도로 모든 출연배우들이 잔뜩 반짝였던 드라마였다. 지난 20일 총 10주동안 20회로 완결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의 이야기다.
초반 '미생'의 초점은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배우에 등극한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 임시완의 차기 행보를 비롯해, 드라마 '파스타' '골든타임' '미스코리아' 등을 거친 이성민의 주연 굳히기, 핫하게 떠오른 배우 강소라, 강하늘 등에 자연스럽게 초점이 모아졌다.
하지만 첫 회가 방영된 이후 화면속에 담긴 연출의 디테일과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어루만져주는 듯한 현실적 장면과 상황들이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느 드라마처럼 주요 배우들에 포커스에 집중되지 않고, 에피소드에 따라 박대리(최귀화), 재무부장(황석정), 박과장(김희원) 등 1~2회성 특별출연 배우들에게까지 과감한 집중이 허용되는 등 스토리 흐름에 중점을 뒀다.
이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연기파 '중고 신인'들이 대거 빛을 드러냈다. 여러 작품들에 출연했으나 이렇다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해 이름조차 낯설었던 이들이 '미생'을 통해 날개를 활짝 피며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됐다.
여론의 반응이 뜨거웠던 집단 중 하나는 바로 원인터내셔널 '대리들'이었다. 영업3팀 김대리(김대명), 섬유팀 성대리(태인호), 자원2팀 하대리(전석호), 유대리(신재훈), 철강팀 강대리(오민석)는 '직장에 꼭 있을법한' 다양한 인간군상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모두에게 이입 가능한 인물들을 배치했다는 평을 이끌어냈다.
장그래나 영업3팀과 얽혀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섬유팀 한석율(변요한)을 시작으로 최전무(이경영), 영업1팀 선차장(신은정), 영업2팀 고과장(류태호), 영업3팀 천관웅(박해준), 영업본부 부장 김부련(김종수), 자원팀 마부장(손종학), 자원2팀 정과장(정희태), 철강팀 실무직 사원 신다인(박진서)까지 모든 이들이 회사를 실제로 다니고 있는 직장인의 모습을 재현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반응은 빠르고 확실했다. 여러 배우들이 앞다퉈 CF에 출연했고, 여러 작품에서 차기작 러브콜을 받았다. 몇몇 배우들은 데뷔이래 처음으로 연속된 인터뷰를 한꺼번에 소화했으며, 생애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감행하기도 했다. 뒤늦게나마 그들의 연기력을 빛나게 했던 '미생' 효과다.
특정배우를 꼽는게 무색하리만치, 여러 배우들을 돋보이게 했던 '미생'은 그간 톱배우 1~2명에게 지분의 대부분을 할애했던 지상파 드라마와 확실한 차별선을 그었고, 주연 뒤에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실력파 배우들을 대거 전면에 내세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생'이 '완생'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완성도 높은 윤태호 작가의 원작웹툰, 김원석 감독의 신념이 실린 연출, 그리고 오랜시간 정윤정 작가와 서브작가들이 공들인 대본 등의 제작진의 노력과 더불어 출연 배우 한 명 한 명의 모든 것을 쏟아낸 듯한 연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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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