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윤지 기자] 배우 강하늘이 '미생'을 통해 또 한번 성장했다.

강하늘은 20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에서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 장백기 역을 맡았다. 초반에는 고졸 출신 동료 장그래(임시완)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고, 중반에는 그를 견제했다. 하지만 장그래의 과거와 간절함을 엿본 뒤 그를 진짜 동기로 받아들이며, 장그래 한석율(변요한) 안영이(강소라)와 함께 신입4인방 '완전체'를 이뤘다.

특히 드라마 속 장백기는 동명의 웹툰 원작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낙하산 인사인 장그래는 타고난 통찰력과 성실함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고, 장백기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오지랖도 넓은 병"이라는 대사 처럼 장백기는 장그래에게 종종 가시 돋힌 말을 했고, 장그래와 장백기 사이의 불편한 공기는 '미생'의 긴장감을 부여했다.

중반을 지나면서 장백기의 캐릭터도 달라졌다. 그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드러나면서 좀 더 친근해졌다. 냉철하고 빈틈없어 보였지만, 실은 아직 대학생을 티를 벗지 못한 욕심 많은 신입이었다. 철강팀 사수인 강대리(오민석)을 통해 장백기는 조금씩 깨달음과 가르침을 얻었다.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장백기는 강대리와의 막강 호흡을 자랑하는 선후배 사이로 거듭났다.

뮤지컬 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강하늘이 대중과 가까워진 계기는 영화 '평양성'(2011)이었다. 극중 여린 심성의 남산 역으로 작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후 드라마 '몬스타'(2013) '투윅스'(2013) '상속자들'(2013) '엔젤 아이즈' 단막극 '불온'(2013) 영화 '소녀괴담'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외모, 또래 배우들 가운데 돋보이는 연기력, 최근 1~2년 사이 출연작 수가 말해주는 성실함 등이 그 이유였다.

'미생'은 강하늘의 연기 스펙트럼이 꽤 넓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 그는 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질투 어린 면모부터 상사 앞 귀여운 모습, 은근한 코미디까지 소화하며 이야기를 이끌어 갔다. '상속자들'으로 얼굴 도장을 찍었다면, '미생'은 한 단계 높아진 강하늘을 보여줬다. 그 역시 연기의 책임감을 또 한 번 느낀 기회였다.

작품 외에도 강하늘의 인간적인 면모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하다. 바쁜 촬영 스케줄에도 절친한 동료 배우인 김우빈과의 의리를 위해 그는 VIP 사시회를 찾았다. 극 중 분장을 지우지도 못한 채 말이다. 또 예능프로그램 촬영과 종방연이 겹친 지난 20일에는 짬을 내 업계 관계자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불렀다. 노래만 부르고 간 것이 아니라 재치 있는 말솜씨로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배우로도, 사람으로도 매력적인 강하늘의 행보는 계속된다. 내년 2월 영화 '쎄씨봉'을 시작으로 영화 '순수의 시대' '스물' 등이 줄줄이 개봉한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를 맡아, '팔색조' 강하늘을 만날 수 있다. 충무로와 여의도에서 쉼 없이 그를 찾고 있다는 증거다. 가장 가깝게는 내달 9일부터 연극 '해돌드&모드' 무대에 선다. 라이징스타로 떠올랐지만 고향을 잊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생에는 완생이 없다 했던가. 적어도 강하늘은 '미생'을 통해 완생에 가까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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